지금은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서 전쟁 상황이 정리되면 많은 분들이 이스라엘의 성지를 찾을 것이다. 과거에도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할 때 안식일이 되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거나 시내가 텅텅 비고 호텔 엘리베이터도 정지되는 경우가 많다.
유다교의 중심은 율법이다. 율법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토라’는 본래 ‘가르침’이란 뜻이다. 율법이란 십계명을 중심으로 한 하느님 백성의 생활과 행위에 관한 하느님의 명령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 모든 이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도록 율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받은 십계명 등은 바로 율법의 뼈대가 된다.
사회가 복잡하게 발달하면서 율법도 세분됐다. 예수님 시대의 율법은 613개 조항으로 세분되고, 248개의 명령과 365개의 금령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율법 중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들 같은 경우에도 아주 자세하게 열거되어 있다. 나뭇가지와 잎을 뽑거나 자르기, 잔디 깎기, 화초에 물주기도 할 수 없다. 밭을 갈거나 씨를 뿌리기, 타작하기, 알곡 고르기, 빻기나 찧기도 금지된다. 심지어 불 켜기와 끄기도 할 수 없다.
특히 바리사이파(Pharisees)는 예수님이 활동하던 시기에 유다교의 중요한 분파이다. 기원후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에 함락된 후 바리사이파는 유다교의 기초가 되었다. 신약성경에서도 바리사이파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되고 이들은 율법을 중심으로 한다. 율법 학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모세 율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았다.
그런데 예수님이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라며 율법 학자들을 직접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마태 23,1-36 참조) 율법은 이스라엘 교육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율법을 모르니까 지킬 수 없어 이미 죄인으로 판단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왜 예수님을 죽이려 작정했을까? 예수님이 반대한 것은 율법 자체가 아니라 형식적으로 지키는 율법주의이다. 예수님은 율법의 중심은 바로 하느님과 이웃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예수님은 율법의 준수와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율법에 있는 하느님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율법을 선언했다. 예수님은 구약의 율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완성했다.(마태 5,38-48 참조)
시간이 흐르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율법의 기본 정신을 잃어버렸고 모세가 전해준 율법은 변질되었다. 예수님 자신이 길이고 생명이므로 그분이 곧 율법의 완성이 되는 것이라 했다. 예수님이 선포하는 복음을 따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높아졌다,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해칠 것으로 생각되는 예수님을 죽이려고 작정했다. 유다교에서는 현재도 예수님을 한 사람의 예언자로 여길 뿐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유다교는 여전히 다윗 왕조를 다시 회복할 정치적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