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모 승천 대축일에 하느님 나라로 가신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은 성모님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성소를 결심했던 계기가 중학교 3학년 때 명동성당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며 개인적으로 특별한 체험을 했고, 그때부터 사제의 길을 꿈꿨다 했습니다. 티모테오 주교님은 신학생 때부터 제 동생 신부와 같은 반이라 자연히 친동생처럼 가깝게 지냈습니다.
예전 독일 유학 시절, 차를 타거나 산책할 때 주교님은 늘 제게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 산길을 함께 걸을 때도 주교님은 특히 묵주기도를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언젠가 고속도로에서 매서운 바람과 폭우를 만나 차가 이리저리 흔들릴 정도였는데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습니다.
우리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모님이 도와주셨네” 하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티모테오 주교님을 기억하면, 어느 아름다운 봄 주일 아침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고 새들이 지저귀고 시냇물이 흐르는 숲속 산책길에서 함께 묵주기도를 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티모테오는 사도 바오로의 제1차 전도여행 때 그의 할머니 로이스, 어머니 에우니케를 통해 그리스도교에 입교했을 것입니다. 티모테오의 성실한 믿음도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받은 것입니다. 티모테오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성실한 믿음은 사도 바오로에게도 강한 인상과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훌륭한 사목자 뒤에는 훌륭한 부모님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뒤에서 기도와 희생으로 사목자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어 줍니다.
바오로는 당시 소년 티모테오가 심성이 착실하다며 칭찬했습니다. 그 후에 바오로의 가장 믿을만하고 중요한 협조자로 활동하게 됩니다. 바오로는 아들처럼 아끼던 티모테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자주 믿음과 바른 양심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라고 당부합니다. 티모테오에게 책임감을 강조하고 교회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제시하기도 합니다.
교회 지도자는 흠이 없고 가정에서는 충실한 남편, 절제와 신중한 성격을 지니고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지도자는 가르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당시에 교회의 큰 문제로 야기되었던 사람을 속이는 영들과 마귀들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거짓 신앙인들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며, 성경 읽기와 가르침, 권고에 열중해야 하며, 하느님이 주신 은사를 소홀히 여기지도 말 것을 당부합니다. 이런 사목적 행동에 전념하여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주문합니다.
바오로의 서신은 티모테오에게는 물론 교회를 책임질 지도자를 선정하는데도 유념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교회 지도자의 자질과 자세에 관해서 설명했다고 봅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 그동안 ‘성경 속 인물’을 연재해 주신 허영엽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