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던 성인들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인을 한 번 꼽아볼까요? 최초의 한국인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해 우리나라 103위 성인은 모두 순교자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세 차례 다녀간 마더 데레사도 기억하시죠? 인도 콜카타에서 평생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마더 데레사는 수녀였습니다. 한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온갖 자연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며 지냈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수도회를 설립했지요.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성녀에 대해서도 들어보셨나요? 예수 성심을 환시로 체험하고 ‘하느님 자비’의 사도가 된 분입니다. 대희년인 2000년 부활 제2주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자비를 기릴 것을 당부했고, 2001년부터 우리는 해마다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후계자로 세상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고자 해외 사목방문을 100번 넘게 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우리나라를 방문한(1984·1989년) 최초의 교황이기도 하죠.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인이 되었습니다.
우리 옆집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위의 성인들은 우리와 다른 시대를 살았거나 삶의 방식이 달라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수도생활을 한 적이 없으며, 수도회를 설립한 적도 없습니다. 사제가 되고 싶어 했지만, 열다섯 살 평신도로서 삶을 마쳤습니다. 신비로운 환시를 목격한 적도 없지요. 순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1991년에 태어났으니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만일 카를로 성인이 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서른네 살가량 되었을 테니, 누군가에게는 아들뻘 또는 선후배나 동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를로 성인이 왠지 친근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우리처럼 평범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성인’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바꾸시고자 하느님께서 옆집 소년처럼 친근한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카를로 성인과 함께하는 희망찬 2026년
‘하느님이 정말 계시는 걸까?’ 아직도 이렇게 하느님 존재를 의심하고 계신가요? 카를로 성인의 삶은 겨우 열다섯 해, 짧지만 매우 강렬했고, 선종 후 19년 만에 성인이 되어 하느님 곁에서 누리는 천상행복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미사 때 모시는 성체가 예수님의 몸이라는 건 그저 상징일 뿐이라 생각하시나요? 성체는 진짜 예수님의 몸이며 성혈은 예수님의 피임을 알려주고자 카를로 성인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을 수집해 인터넷 전시관을 만든 것입니다.
2025년 희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6일이면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도 닫힐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 말씀처럼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하느님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24,35 참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카를로 성인처럼 하느님 말씀과 교회 가르침을 굳게 믿으며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예수님의 현존을 의식하며 소중한 ‘나의 삶’을 가꾸어가시길 바랍니다.
2025년 5월 11일 자부터 ‘인터넷의 수호성인 카를로 아쿠티스’ 연재를 위해 애써주신 필자 유소영 팀장님과 한상화 부서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