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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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본래의 자기 드러냄인 ‘탈은폐’의 사건

[박병준 신부의 철학상담] 49.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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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무엇이오?” 예수님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순간에 빌라도가 예수께 던진 이 물음은 참된 앎을 추구하는 인간 모두에게 던져진 삶의 근본 물음이기도 하다. ‘지식(앎)’과 ‘원의(열망)’는 인간의 정신적 실행의 두 근본 요소로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 지식은 항상 ‘참된 것’, 즉 진리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빌라도가 예수께 던진 물음에서 짐작하듯 진리 이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진리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식의 근거와 방법을 탐구하는 철학의 인식론의 주요 주제였다. 일찍이 플라톤(BC 428/7~348/7)은 참된 지식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있지 않으며, 그보다는 불변하고 영원한 것, 즉 ‘선’의 이데아 세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진리는 항구하고 영원하며 절대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은 그럴 수 없으며, 항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모든 지식이 원천적으로 진리를 함축하고 있어야 하지만, 인식의 제약으로 인해 진리는 철학적 의미에서 항상 참인 지식으로서의 절대적 진리, 즉 진리 자체와 제한된 지식으로서의 상대적 진리로 구분된다. 유한한 인간의 지식은 모두 그것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절대적 진리가 아닌 상대적 진리라 할 수 있다.

진리는 기본적으로 인식 대상의 표준(본질·성질·속성)과 언어적 진술 형식에 의해서 결정된다. 진리는 지성과 사물의 일치를 의미하며, 이는 판단을 통해 참과 거짓으로 밝혀진다. 즉 진리는 형이상학적-존재론적 사태요, 동시에 언어적-논리적 사태다. 진리는 형이상학적으로 참된 실재와 관련된 것이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진리를 바라보는 관점이 철학자마다 차이가 있으며, 그에 상응한 다양한 진리 이론이 있다. 대표적 이론으로서 사물과 지성의 일치에 기반한 진리 ‘대응 이론’, 진술의 정합성에 기반한 진리 ‘정합 이론’, 삶의 실용성에 기반한 진리 ‘실용주의 이론’, 의사소통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진리 ‘합의 이론’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볼 현대 이론으로서 ‘해석학적 진리’가 있다. 이 이론의 중심에 하이데거(1889~1976)가 있다. 그는 전통적인 진리 개념에 맞서 진리의 본질은 로고스의 기능인 ‘보게 해줌’에 있다고 강조한다. 무슨 뜻인가? ‘로고스’, 즉 ‘말’은 본래 존재 진술에 관여하면서 존재를 ‘은폐되어 있음’에서 끄집어내어 ‘비은폐된 것’으로 보이게끔 해주는 본질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존재의 ‘비은폐성’이 소위 진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말 ‘알레테이아(?λ?θεια)’의 의미라는 것이다. 이렇게 진리는 자기를 덮고 있던 망각과 은폐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를 드러내는 ‘탈은폐’의 존재 사건이다.

인간은 세계 내 존재로서 존재 진리의 물음 앞에 놓인 유일한 존재자다. 문제는 세계가 앞서간 사람들에 의해서 미리 이해된 세계라는 사실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역사-문화’와 ‘철학-이념’의 형태를 띤 미리 이해된 ‘선이해’는 현재 우리의 이해 기반이 되지만, 새로운 진리 인식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얽매일 때 진리에서 멀어지며,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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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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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4장 6절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에 넘치고 너희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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