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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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상식 더하기] 동방 박사는 세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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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동방 박사는 몇 사람인가요?”라고 질문하면 많은 분이 “세 사람!”이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동방 박사를 ‘세 명의 왕’이라는 의미로, 삼왕(三王)이라 부르기도 하니, 세 사람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교회 지식에 해박하신 분들은 이 세 사람의 이름이 가스파르, 멜키오르, 발타사르라는 것도 알고 계실 겁니다. 동방 박사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삼은 분들도 계실 테고요.


그런데 동방 박사의 이야기가 실린 마태오복음(2, 1-11)을 잘 읽어보면 동방 박사를 ‘박사들’이라고 여러 사람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그 수를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초대교회 그리스도교인들의 지하 묘소인 카타콤바의 벽화에서는 동방 박사를 세 명으로 표현한 작품 외에도 두 명이나 네 명으로 표현된 작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덟 명 심지어 열두 명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동방 박사는 세 명이라는 인식이 정착됐고, 6세기 무렵에는 이름도 퍼졌습니다.


동방 박사를 세 명으로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아기 예수님께 봉헌한 예물 때문입니다. 황금, 유향, 몰약이라는 세 가지 예물에서 세 사람을 연상한 것이지요. 이 예물들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고백을 드러내기에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황금은 예수님의 왕권, 유향은 예수님의 신성, 몰약은 예수님의 인성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단순히 세 가지 예물에 맞춘 숫자에 불과한 것은 아닙니다. 성 베다 신부(673~735)는 「마태오복음서 주석」에서 “영적으로 동방 박사 세 사람은 세계의 세 부분,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또는 노아의 세 아들(셈·함·야펫)로부터 씨를 얻은 사람들의 종족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은 그 당시 이해하던 세상 전체고, 노아의 세 아들들은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을 쓸어간 대홍수 이후 세상에 인류를 퍼트린 조상입니다. 다시 말해 동방 박사 세 사람은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 미술 안에서도 동방 박사를 백인, 흑인, 황인으로 그리거나, 혹은 청년, 장년, 노년으로 그렸습니다. 모든 인종, 모든 세대의 사람을 표현한 것이지요. 그 안에는 2026년 오늘 이곳에 있는 우리도 포함돼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서 「놀라운 표징」을 통해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집으로 돌아온 동방 박사들은 분명 메시아와의 이 놀라운 만남을 다른 이에게 전했으며 그리하여 민족들 사이에 복음 전파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만남’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성당에서 구유에 경배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가 바로 또 하나의 동방 박사가 아닐까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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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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