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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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때 성당은 유일한 안식처"

[군인주일 특집] 르포/논산 육군순련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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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무대성당 주임 김정환 신부(가운데)와 훈련병들이 미사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논산 육군훈련소 내 연무대성당 주일미사 장면.
 
두 손 모은 젊은 가슴이 뜨겁다

척척척척…. ‘시커먼’ 총각들이 줄 맞춰, 발 맞춰 왔다. 9월 24일 오전 10시,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 앞은 어느새 미사 참례를 위해 모인 훈련병들로 가득 찼다.

훈련병들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사실 훈련병이라고 해도 다 같은 훈련병이 아니다. 훈련 1주차와 4주차는 하늘과 땅 차이. 1주차는 짧은 머리에 군기 배인 긴장한 눈빛이지만 퇴소와 자대 배치를 앞둔 훈련병들은 “1주차 훈련병들 보면 ‘언제 훈련 마치나’라는 생각이 들고, 안쓰러워요” 라며 여유를 부린다.

그 속으로 들어갔다. “훈련소에도 성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훈련을 받으면서 힘들 때, 성당은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지난 8월 세례를 받고 입대했다는 강창윤(가브리엘·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 훈련병은 “앞으로 남은 군생활 동안 하느님을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기도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장윤호(루치오·대구대교구 왜관본당) 훈련병은 “사회에서는 유혹이 많아 신앙에 심취할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성경도 읽고 싶은 만큼 읽으며 차분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묵(프란치스코) 훈련병은 고해실 앞에 서 있다. “고 3때 세례를 받은 이후 한 번도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교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냉담을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계획입니다.”

김정환 연무대본당 주임신부는 “요즘 청년들 신앙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예외”라며 “사회에서는 냉담하다가 이곳에 와서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신앙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교리실에서는 교리가 한창이었다. 매주 평균 1500여명의 훈련병들이 훈련기간 동안 집중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는다. 지난 한해 동안 세례받은 인원만 1만4천여명. 냉담을 풀고, 새로이 신앙을 찾는 청년을 포함할 경우, 연무대는 말 그대로 ‘선교의 황금어장’인 셈이다.

미사가 임박하자 청년들이 성당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질서있게 자리에 앉았다. 청년들의 성가소리가 우렁찼다. 훈련받으면서 목소리가 트인 탓일까. 아니면 ‘하느님 도와주세요’하는 간절함이 목소리를 키운 것일까. 청년들은 생활성가 중심의 활기찬 미사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몇몇은 눈 주위가 붉어지기도 했다. 정성스레 합장한 손 마다에서 진솔함이 배어났다.

성당 밖에서는 훈련병들을 위한 ‘초코파이 배분’이 한창이었다. 이날 하루 훈련병들에게 나눠주는 초코파이는 130상자. 음료수 100상자와 아이스크림 3000개도 함께 준비했다. 성당측은 이와 별도로 이번 주 생일을 맞은 훈련병들을 위해 선물도 별도로 마련했다.

성당 안. 김정환 신부가 훈련병들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세례받은 후, 현재 일선 부대에 배치돼 근무하는 한 병사가 보내온 편지였다.

“신부님~. 오늘도 훈련병들과 미사를 잘 드리셨어요? 작고 미약했던 훈련소 1주차가 생각납니다. 어린애같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칭얼대며 아파하던 때였습니다. 정말 훈련소에서 힘들고 지칠 때 성당에 가서 신부님, 수녀님들의 얼굴을 뵙고, 미사 드리고, 성가 부를 때마다 힘이 되었습니다. 저 여기서 정신 헤이해지지 않고, 잘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세요. 후배 훈련병들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잘 돌보아 주세요. 기온 변화가 심하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신부님 안녕히 계세요. 충성!!!”

훈련병들이 박수를 쳤다. 성당 안이 떠나갈 듯했다.

비 새고 비좁은 선교의 황금어장
◎성당 교육관 신축하는 연무대본당

예수님은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잡아라’(루카 5, 4)고 했다. 낚싯대로 잡으라고 하지 않았다. 군종교구(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그 그물질에 열심이다. 특히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본당(주임 김정환 신부)은 매주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루카 5, 6) 수많은 영혼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있다.

매월 세례받는 훈련병이 1000~1500여명. 연 28만~30만명이 미사에 참례한다.

하지만 여건은 최악이다. 교리를 가르칠 장소가 제대로 없어 훈련소 강당과 창고를 임시로 빌려 쓰고 있다. 그나마 훈련소 측에서도 당장 허물려고 할 정도로 시설이 낡았다.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마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을 허가받은 것이다.

성당도 마찬가지. 1985년에 지은 성당은 당초 1200여명 수용을 예상해 설계 건축된 것으로, 현재 매주 5천여명에 이르는 미사 참례자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붕이 새는 등 보수할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서 군종교구는 결단을 내렸다. 연무대성당을 다시 짓고 대형 교육관을 신축하기로 한 것. 빠르면 내년 초쯤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성당과 교육관을 지을 터는 훈련소에서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신축 자금이 걱정이다. 훈련소에 근무하는 몇 안되는 신자 군인들이 적극 나서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연무대성당 및 교육관 신축은 단순히 군종교구의 몫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육군본부 삼위일체성당 홍성학 신부는 “연 1만명 이상의 영세자를 배출하는 본당은 아마 세계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 것”이라며 “더욱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 품 안에서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전국의 많은 신자 분들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 문의 및 후원 계좌 : 연무대성당 041-742-5722, 국민은행 477401-01-112482(예금주 천주교 군종교구)

 

우광호 기자 woo@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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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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