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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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사랑만이 갈등과 폭력 잠재우리라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참극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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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버지니아 공대 중앙 광장에 모인 1만여 명의 젊은이들. 촛불 속에서 바치는 기도를 통해 이들은 화해와 용서를 청했고 서로를 깊이 껴안았다
 
지난 4월 16일 한 젊은이에 의해 자신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총격에 희생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현지의 가톨릭계 통신사에서 전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봐야 할지, 그리고 참된 상처의 치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무엇으로 위로가 될까

“도대체 무슨 말이 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현장. 아이들이 총격에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들과 함께 있던 제임스 아스놀트 신부의 말이다. 그는 버지니아 공대가 관할 구역인 블랙스버그의 성 마리아 성당의 주임 신부이다.

가족들과 함께 부상자들이 수용돼 있던 몽고메리병원에서 학생 부모들을 만난 뒤 그는 즉시 공대 내 한 기숙사로 달려가 다른 부모들을 만났다. 16일 아침 8시반 성당을 나선 제임스 신부는 이튿날 새벽 1시 반이 돼서야 성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8일까지 꼬박 사흘을 피해자와 가족들을 돌보던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막 들은 부모님들을 만나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러고 나서 꼭 껴안으면 힘없이 무너져서 흐느낍니다.”

한참을 같이 흐느끼다가 그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함께 바치고,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애도와 추모

세계는 이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고, 무엇보다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교회는 소중한 인간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된 것에 대해서 깊은 연민과 슬픔을 느끼며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주교회의 의장 장익 주교 명의로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윌리엄 S. 스킬스타드(William S. Skylstad) 주교에게 서한을 보내 “희생자들을 하느님 자비의 품에 맡기면서 희생자와 부상자의 가족은 물론 미국에 사는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도 버지니아 공대 관할 교구인 리치먼드 교구장 프란치스 X. 디로렌조(Francis X. DiLorenzo) 주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세상을 떠난 많은 이들과 부상자, 가족,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사건 소식을 듣고 즉시 디로렌조 리치먼드 교구장 주교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 “버지니아 공대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이 ‘무의미한 참극’으로 인해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부께서 위로와 영적인 힘을 주시어 용서와 희망, 화해와 사랑의 힘으로 폭력을 넘어 승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청했다.

총기 소지 허용 논란

너무나 자주 발생하는 미국 사회에서의 캠퍼스 총격 사건. 그 해법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일었다. 문제의 핵심, 논란의 주제는 너무나 쉽게 누구나 총기를 소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었다.

사건 직후 미 의회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뉴욕주 출신의 캐롤린 맥카시 의원은 “만약 총기 제작 업체의 로비에 의회 지도자들이 맞설 수 있었다면 버지니아 공대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칼로우대학교 제임스 켈리 교수는 “도시에서의 총기 폭력은 오랫동안 문제시돼왔다”고 지적하고 “어느 부모라도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의 부모처럼 참상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미 의회 안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보다 더 나은 법이 입안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생명의 문화, 화해와 사랑

하지만 나아가서 가톨릭의 학교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더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버지니아 공대 참사와 학교내 폭력 문제의 해결은 총기 규제 이상의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덴버에 있는, 예수회가 운영하는 레지스대학교의 돈 린들리 교수는 학교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올바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누군가 상처받는 사람은 없는지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칼로우대학교 철학교수이자 공화당 하원의원인 빌 스튜어트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은 청소년이 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TV를 통해 무려 1만2000에서 1만 5000명의 살인자를 시청한다.

그는 “미국인들은 폭력의 이미지에 잠겨 있는 문화를 용인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단은 지난 1995년 주교단 문헌 “폭력의 문화에 대해: 가톨릭적 행동 지침”을 통해 미국 사회의 총기와 폭력의 문제를 지적하고 “가정의 가치의 고양, 늘어나는 살상 무기 문제, 폭력 단체의 유혹, 마약 중독, 기회 균등의 사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예산 삭감, 도덕적 가치 상실 등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치유는 시작됐다

비극이 가져온 후유증은 심각해보였다. 하지만 사실, 치유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그 기적과 같은 치유의 노력이 참극의 현장,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부터 벌써 시작됐음을 잘 알고 있다.

비극이 발생한지 사흘째 되던 18일 밤 촛불을 켜고 시작된 추모 기도회는 무의미한 희생, 참혹한 체험으로 인한 그들 모두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이미 16일과 17일 밤에도 기도회는 곳곳에서 열렸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나직한 선율로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하는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이 캠퍼스에 낮게 깔리면서 학살의 현장이었던 버지니아 공대에는 서서히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화해의 손길이 퍼져나갔다.

저녁 8시에 시작된 철야 기도회에 앞서 두 시간 전부터 여러 명의 사제들이 가톨릭 신자 학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신자인 케인군은 그날을 “캠퍼스 역사상 가장 암흑같았던 하루였다”면서도 “지금은 누구 잘못인지,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이었는지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욥기를 떠올리며 “욥은 참혹한 처지에 처했고 하느님과 논쟁을 했지만 자기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아버지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울부짖으셨듯이 좌절과 절망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우리는 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회가 시작 된 후 대학 학생처 부처장 제노비아 힉스 여사는 “오늘 저녁 버지니아 공대에는 슬픔과 함께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며 “우리는 기도로써 다시 태어나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이 끝난 뒤, 캠퍼스에는 침묵이 흘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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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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