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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음화 현장을 가다

천리길 달려온 목자 손 잡으니 설움 눈녹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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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성부대를 방문한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병사들과 반갑게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목방문 거리만 30만km

“군종신부 홀로 두고 올때 안타까운 맘에 가슴아파”

9월 9일 오전 9시께 강원도 화천 동부전선 칠성부대.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차에서 내리자 최정훈 신부(군종교구 칠성본당 주임)를 비롯한 신자들은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듯 했다.

“신앙을 가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오늘처럼 주교님을 뵙는 건 처음입니다. 그간 부대를 옮겨 다닐 때마다 수시로 마주치는 개신교 신자들을 보면 부러웠는데….”

칠성부대 보급대장 서상록(루도비코.42) 중령도 가까이서 주교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난생 처음 주교를 만났음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주교가 내미는 손을 잡는 병사들도 적잖다.

서울에서 왕복 300km가 훨씬 넘는 거리인데다 민간인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민통선 안. DMZ로 올라가는 마지막 마을에 위치한 성당을 찾아 기꺼이 달려온 교구장의 모습에 소외와 무관심에 가슴앓이를 해온 신자들의 마음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지난 1999년 군종교구장으로 군 복음화의 십자가를 지면서 시작된 이주교의 일선 본당 사목방문은 올해로 8년째. 다른 교구처럼 쉽게 나설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이주교를 맞이하는 신자들의 마음도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그간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군 본당들을 찾아다닌 거리만 30여만km, 지구를 일곱 바퀴 넘게 돈 셈이다.

새벽에 길을 나서 한밤중에 돌아오기는 예사고 폭우나 폭설에 갇혀 꼼짝 못하고 길에서 잠을 청해야 할 때도 적지 않았다. 2년마다 한 번씩은 전 본당을 돌며 군종사제들과 신자들을 격려하고자 마음먹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일쑤다.

백령도에 있는 흑룡본당 방문길엔 수시로 변하는 날씨 때문에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사목방문을 앞두고 비행기가 뜨지 않아 속이 타들어갔던 일은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얘기다.

오가는 차 안에서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산적해 있는 교구 업무를 처리하느라 이주교의 차는 ‘움직이는 교구청’으로 불린다.

“보고싶은 이들을 찾아가는 여행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기쁩니다.”

이주교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몸에 밴 군인정신 덕이라고 말한다. 신학생시절 사병 생활에 이어 군종사제로, 이제는 군종교구장으로 군 일선을 누비고 다니다보니 군사목 현장의 어려움이 자연스레 삶의 한 부분이 되고만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주교의 가슴에는 늘 홀로 남겨두고 돌아서야 하는 군종신부들의 모습이 쉬 지워지지 않는다. 가까이에 찾아갈 수 있는 동료 사제는 물론 신자들도 많지 않은 군종신부들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 고뇌를 알기에 이주교는 머나먼 이라크나 동티모르 등 군종신부들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찾았던 것이다.

‘움직이는 교구청’ 안에서 이주교의 생각은 언제나 새로움으로 넘쳐난다. 어느 새 새로 만난 군종신부와 군인 신자들을 향한 벅찬 사랑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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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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