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도 아니고, 80살도 아니고, 자그마치 93살이다. 아흔셋 고령에도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기에 찾아갔다. 주인공은 바로 강양숙(베로니카, 서울대교구 명일동본당) 할머니다.
매일 같이 서울 명일동본당 지하 1층 성가정노인종합복지관에 출ㆍ퇴근(?)하는 강 할머니는 복지관 이용자 중 최고령. 하지만 비슷한 연령대 다른 어르신들에 견줘 아주 활동적일 뿐 아니라 긍정적 삶을 살고 있어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강 할머니는 매일미사로 하루를 연다. 복지관 셔틀버스를 타고 오면 곧바로 명일동성당에서 봉헌되는 평일 오전 10시 미사를 참례한다.
"미사 시간이 제일 즐거워. 그래서 하루도 안 빠지고 참례한다니까."
강 할머니가 미사 봉헌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도서관에서 책읽기. 복지관 도서관에 소장된 하고많은 책 가운데 강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노기남 대주교의 저서다. 나이가 많아 큰 물체는 잘 안 보이지만 작은 글씨는 아직 잘 보여 돋보기 없이도 책을 접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 않을 때엔 점심 식사 전까지 컴퓨터실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타자 연습을 한다. 그뿐 아니다. 여행을 좋아해 복지관에서 봄ㆍ가을 나들이에도 빠지는 법이 없다. 지팡이 하나만 있으면 유적 답사든 소풍이든 꼭 함께한다.
그렇지만 강 할머니는 몸보다 마음이 더 건강하다. 가난한 시절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몸에 밴 강 할머니는 복지관에 처음 오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 가끔 `치매 어르신 낮 보호소`에 있는 치매 어르신들에게 간식을 사다주기도 하고, 복지관 프로그램이 없는 토요일이면 성당에 주보 접는 일을 돕는다. 이처럼 늘 소소하면서도 자상하게 이웃을 도와 지난해 12월에는 복지관에서 `건강하고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어르신`들에 수여하는 `성가정 어르신 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평화신문이랑 만난 것도 다 하느님이 이어주시는 거야. 죽기 전에 추기경님 한 번 뵈면 좋겠구먼."(웃음)
이수정 복지과장은 "요즘은 연세들이 많으셔도 그 연세 답지 않은 어르신이 많은데, 강 할머니는 항상 배려심이 많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시는 `성숙한` 어르신"이라며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직원들도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강 할머니는 모두가 닮고 싶어하는 어르신상"이라고 귀띔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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