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부부 배낭여행가 1호`라는 특별한 호칭을 갖고 있는 김현(요셉, 69, 서울 번동본당)ㆍ조동현(요셉피나, 66)씨 부부를 만나며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다.
방송국 PD와 영어교사를 은퇴하고 20여 년 동안 170여 개 나라를 함께 여행한 부부. 이 부부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는 질문을 기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싸우지 않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답은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같이 하는 습관을 들여야해요. 평소 대화를 하지 않는 부부가 여행을 같이 가면 싸우지만, 대화하는 습관을 가지면 싸울 일이 없지요."
부부는 신혼 초, 맞벌이 시절부터 매일 저녁 산책을 하며 `대화`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에 지금도 서로 목소리 높일 일이 없다. 여행을 준비할 때도 큰 계획은 남편이, 세밀한 계획은 아내가 세우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다.
부부가 함께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 프로그램 `함께하는 FM 오후 3시`의 `평화가 세계와 함께` 꼭지에 출연한 지도 올해로 3년째. 방송을 통해 100여 개 나라 300여 개 도시를 소개했다. 가을 개편부터는 세계 성지 순례 안내를 하고 있다.
"성지순례 전에는 가급적이면 9일 기도를 바치는 게 좋습니다."
사실 이들은 `여행`보다 신앙생활로 더 유명하다. 레지오 마리애, ME, 꾸르실료 등 사도직 활동과 봉사하는 삶이 아예 몸에 배었다. 가톨릭언론인회장,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씨는 지금도 새사제학교와 가톨릭언론인신앙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회 재속회원으로 그 상징인 타우 십자가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부부는 "신앙에 등급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신앙에서 가난과 겸손과 같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이 없으면 안된다"며 재속회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아들(김환수 신부)을 사제로 봉헌한 후에는 희생하며 살 아들 생각에 골프를 끊었다.
환갑 때 두 아들과 함께한 여행을 가장 행복했던 여행으로 꼽는 부부는 그렇지만 "아이들은 `내 소유`의 `내 자식`이 아닌 `하느님의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생각에서 쓴 책이 「나의 아이들 하느님의 아이들」이다. 이달 중 출간할 예정인 「김현ㆍ조동현 부부의 세계 도시기행」 「당신 안에서 행복했습니다」에는 방송에서 못다 한 부부의 여행이야기, 신앙이야기를 담았다. 출판기념회는 김씨 칠순을 기념해 내년 1월 25일에 열기로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1년에 네 차례씩 배낭여행을 하는 부부는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라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서로 아이디어를 모아 유익하고 재미있는 배낭여행을 계속 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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