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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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친 그대, 하얀 雪國으로 초대합니다

설악산 눈꽃세상에서 띄우는 겨울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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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은 온통 눈꽃세상입니다. 골짜기와 나무들이 모두
하얀 옷으로 갈아 입어 눈이 부십니다. 나무에 켜켜이 달라붙어 핀 눈꽃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설경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 지, 배낭을 메고 눈꽃 숲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은 마치 지친 영혼을 쉬려 하느님 품에 안기는 순례자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그 너머를 봤으면...
   춘천교구 설악동본당 허동선(68) 주임신부님께 산행을 청했습니다. 허 신부님은 산을 닮은 사제입니다. 세상의 어떤 불평과 오욕(汚辱)도 아무 말 없이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넉넉합니다.



 
▲ 허동선 신부가 은빛세상으로 변한 겨울 설악의 품에서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한 솜씨에 감탄하고 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게다가 늘 산냄새가 납니다. 향이 진동하는 향수와 자연과 동화된 사람에게서 나는 그 냄새는 분명 다릅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밟는 소리가 겨울산행의 정취를 더해줍니다. 눈과 바람과 태양이 빚어낸 순백의 세계로 들어서니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우주가 하느님을 얘기하는 책이라면, 산은 몇 쪽 분량을 차지할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름다운 설악산에 와서 `아~ 아름답다` 감탄만 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요. 마음까지 즐거우려면 그 너머를 봐야 하는데 말이에요. 허허."

 신부님이 안타까워 하시는 것은 현대인들의 즉물적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네 `마음의 눈`은 시력이 형편없어 아름다운 풍경이건, 이익이건 눈 앞의 것만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자연 안에 들어와서도 그것을 지으신 창조주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혜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하느님에 대한 무지가 그 안에 들어찬 사람들은 본디 모두 아둔하여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을 보면서도 존재하시는 분을 보지 못하고, 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만든 장인을 알아보지 못하였다"(지혜 13,1).
 
# 당신의 기쁨 스위치는 어디에
 신부님이 관광과 피정을 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단풍이건 설경이건 보고 눈이 즐거웠다면 성당에 들러 마음도 즐겁게 하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관광도 피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사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있습니다. 눈꽃 나라에서 몸을 쉬고, 하느님 품에서 영혼을 쉰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합니다.

 설악동성당에는 신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특히 한 번 와 본 사람은 도시 성당에서는 느끼기 힘든 가족같은 분위기 때문에 대게 다시 들릅니다. 마음씨 좋은 산할아버지 같은 신부님께 마음의 상처를 꺼내 보이고 위로를 얻어가기도 합니다. 산할아버지 눈에 비친 그들 모습이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웃음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인간의 뇌는 똑똑한 것 같아도 어떤 면에서는 바보예요. 현재 시점에서 과거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그것을 현재 사건으로 인식한데요. 그리고 미래에 있을 기쁜 일을 상상해도 현재의 일로 인식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데요. 그러니 속상하고 마음 아팠던 기억은 빨리 털어버리고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거라 믿고 웃으세요."

 신부님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쿡 누르더니 "허허허~"하고 웃으셨습니다. 이마에 `기쁨 스위치`를 달아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화 나거나 슬플 때 누르면 자동으로 웃음보가 터지는 스위치를 몸 어디에 만들어 놓으라고 권하십니다.

 부부들에게도 애정 어린 조언을 하십니다. "부부 사랑은 결심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칭찬하고, 허물을 덮어주겠다고 결심부터 하세요. 그러면 배우자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어느새 석양이 준봉과 눈꽃 숲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가을 단풍이 화려하다한들 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설악동본당은?
  설악산 입구와 소공원 사이 C단지 주차장 옆에 있는 작은 본당(033-636-7625)이다. 신자들



가톨릭평화신문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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