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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는 섬김과 낮추임 안에서 시작

2009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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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교회·성공회·개신교 등 4000여 명 참가
천주교 미사 전례 형식 바탕으로 일치기도회 진행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일치하려면 한 개인이든 교회든 우리는 어떤 회개의 길을 걸어야 합니까? 주님,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가 십자가의 힘으로 화해하고 진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소서.”

1월 18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내 올림픽홀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 우리 사회의 참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의 해’를 시작하며 각 그리스도교 교회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연합기도회의 장이었다.



◎… 천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교회한국대교구, 기독교한국루터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대한본영,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의 교단 신자 4000여 명이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네 손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여라’라는 주제로 모인 그리스도인들은 서로의 일치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복음의 열매를 간구하는 기도를 이어갔다. 또한 이날 기도회는 천주교 미사 전례 형식을 바탕으로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 각 단계별 전례 예절 또한 이색적이었다. 세 번의 징소리로 막을 올린 기도회에서는 참회예식에 앞서 시편이 낭송됐다. 시편 낭송 중에는 내용에 따라 거문고 연주와 시조창, 춤사위도 함께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독서는 김수미 명창의 판소리와 배우 원근희 선생의 낭송으로 봉독. 특히 제1독서 중에는 김수미 명창의 창과 발림에 따라 전 신자들이 ‘아멘’ 또는 ‘얼쑤’라는 추임새로 호응하며 하나 된 모습을 선보이기도. 청원기도도 기업인, 이주노동자 등의 신자들과 수녀, 목사, 선교사 등이 공동으로 봉헌해 더욱 짙은 일치의 목소리를 냈다.


◎… 기도회의 분위기를 더욱 장엄하게 이끈 일등공신으로 눈길을 끈 이들은 각 교단 신자 연합찬양단이었다. 천주교중앙협의회 호디에합창단과 서울 구파발본당 다솜성가대를 비롯해 각 교회별 성가대원 350명으로 구성된 연합찬양단은 베토벤의 ‘환희의 합창’을 열창하며 찬미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또 기도회 중에는 포콜라레 젠 중창단이 ‘평화의 기도’를, 명성교회 중창단이 특별찬송 ‘내가 만민 중에’를 부르며 일치의 하모니를 이뤘다.


◎…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일치의 십자가 세우기.

참가자 전원은 각각 입장 시 받은 작은 두 조각의 나무와 붉은색, 푸른색 끈을 이용해 십자가를 엮어 품에 안았다. 특히 각 교단 대표들은 무대 중앙에서 2.8m 높이의 대형 나무기둥을 합해 ‘일치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촛불을 밝히며, 한 믿음으로 굳건히 선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대신 전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으로 공통의 신앙을 고백하며 각 삶의 터전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할 것을 다짐했다.


◎… 아울러 이날 행사에는 각 교단 신자와 대표 뿐 아니라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세계교회협의회 공동회장 소리투아 나바반 목사와 사무엘 코비아 총무 등이 참석해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독려하고 평화의 인사를 전했다. 또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행사 중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세계교회협 사무엘 총무는 이날 축사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되고, 우리가 하나가 됨으로써 세계가 하나가 된다”며 “특히 세계교회들도 분단된 한국이 한 나라로 일치하는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앞으로도 서로가 화합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를 이뤄 나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모아주길” 부탁했다.

한편 이에 앞서 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삼환 목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열의 모습을 지적하고 “일치를 위해서는 먼저 그리스도인들의 섬김과 낮아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목사는 설교에서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전 세계 자연과 생명공동체를 회복시켜 나가는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설명
▲각 교단 대표와 고위성직자들이 십자가를 흔들며 신자들과 함께 화해의 몸짓을 나눴다.
▲교황대사(왼쪽에서 두번째) 등 연합기도회 참가자들이 손수 엮은 십자가를 교환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하여 청원기도를 바치고 있다.
▲참가자들이 각자 두 개의 나무조각과 끈으로 작은 십자가를 엮고 있다.
▲각 교단 대표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화해와 일치를 위한 손을 맞잡았다.
▲다양한 교단의 신자들이 각 교단 대표들이 전하는 축하의 말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삼환 목사가 그리스도인 일치를 상징하는 대형십자가에 올해 일치기도 주제를 걸고 있다.
▲각 교단 신자 350명으로 구성된 연합찬양단이 `환희의 합창`을 부르며 일치의 하모니를 이뤘다.
▲포콜라레 젠 중창단이 사랑 넘치는 세상을 열어가도록 도움을 청하는 `평화의 기도`를 노래하고 있다.

주정아·권선형·임양미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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