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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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들의 따뜻한 ''엄마품''

10돌 맞은 발달장애아 시설... 기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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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이들. `기쁨터` 식구들이 한데 모여 환하게 웃고있다.
 

 영화 `말아톤`을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끝없이 달리며 희망을 보여준 초원이의 모습을. 우리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울렸던 초원이는 발달장애인이었다.
 
 발달장애는 정신이 해당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타인과의 수월한 대화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누군가의 보호 없이는 원활한 사회활동을 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발달장애아에게는 누구보다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닫아버린 발달장애아들을 위해 스스로 두 팔을 걷어 붙인 `초원이 엄마들`이 모인 곳이 있다. 최근 설립 1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한 `기쁨터`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기도 모임에서 출발한 기쁨터는 현재 공적기관으로 훌쩍 성장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많은 발달장애 가족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발달장애 가족 자조 모임의 모델로 성장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있는 기쁨터는 현재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발달장애 가족 체험학습장 등을 갖추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작은 모임이 어떤 모습으로 10년을 걸어왔는지, 과연 기쁨터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본다.
 
#`세상과 소통하는 문` 열기 위해
 

 기쁨터는 1998년 일산 대화동본당에서 12명의 발달장애아 엄마들의 기도 모임으로 출발했다.

 아이들을 위한 자조 모임을 만들기로 결심한 부모들은 그 이듬해 4월 작은 장소를 마련해 기쁨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방과후 교실부터 열었다. 엄마들의 소망은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마련해 주는 것. 24시간 옆에 붙어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했던 엄마들은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키로 결심한다.
 
 기쁨터 설립 전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과중한 교육비로, 그 가정의 형제들은 장애 형제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관심 집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름을 `기쁨터`로 지었겠어요? 다른 것 필요없이 `기쁨`이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가족 모두가 아이의 장애를 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기쁨`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쁨터 한켠에 작업장을 만들고 그림 공부로 소박한 출발을 했다. 아이들 심리치료와 학습 효과, 1석 2조를 생각한 자활프로그램이었다. 미술을 전공한 부모들이 아이들 미술 공부를 도왔다. 막상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삐뚤삐뚤 그리는 그림에 재미를 붙였는지 다들 즐거워했다.
 
 엄마들은 뿌듯한 마음에 2001년부터는 도예 교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자기를 굽고 그릇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만드는 그릇 갯수만큼 점차 프로그램의 내실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이 수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기쁨터 엄마들은 설립 초기에 보고 배울만한 이렇다 할 롤모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엄마들은 "도서관에 다니며 외국 사례를 찾아 원서를 읽으며 공부하다 보니 발달장애 박사가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키 만킁이나 `쑥쑥 성장`
 

 처음 기쁨터가 문을 열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은 이제 어느덧 학교 울타리를 벗어날 나이가 됐다. 키도 쑥쑥 자라 어엿한 사회인의 모습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기쁨터도 조금씩 성장해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과후 학교`가 아닌 학교를 대신할 기관이었다. 부모들은 또 한 번 큰 결심을 한다. 사재를 털어 2004년에 기쁨터 주간보호센터를 열기로 한 것. 기쁨터 주간보호센터는 만 25살 미만의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여가ㆍ문화ㆍ취미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이었다. 그들이 학교 울타리를 나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제과ㆍ제빵, 목공 기술 등을 배우며 아이들은 자활의 기쁨을 조금씩 체험해 갔다. 부모들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해가는 아이들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기쁨터 부모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격리되지 않고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기쁨터 지역아동센터. 이곳은 비장애인과도 함께 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기쁨터의 발달장애아들과 지역사회의 아이들이 함께 만나 서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고 사회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기쁨터 부모들은 경기도 일산에 `아트센터조이`라는 갤러리 카페도 열었다. 기쁨터 운영 비용 마련을 위해 엄마들이 직접 만든 퀼트 작품, 아이들이 만든 비누, 공예 작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아이들의 작품을 통해 발달장애를 알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단단히 아문 상처 위에 자라는 기쁨
 
 또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에 발달장애 기쁨터 숲속학교를 열어 행동반경이 점점 좁아지는 발달장애아동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고 가족들도 서로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가족 체험학습장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선사해주신 주님의 사랑까지도 깨닫는다.
 
 또 하나, 기쁨터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가정의 상처 치유`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부모 자신들의 상처는 들여다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장애아를 키우느라 주위 시선을 견뎌내야 했던 냉가슴, 아이들 때문에 하루라도 걱정을 안 해본 날이 없으니 그 상처가 얼마나 컸겠어요. 그래서 미술치료나 애니어그램 등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서 부모가 먼저 아이들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죠."
 
 또한 발달장애아를 형제로 둔 가정 내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는 매년 형제 캠프를 열고 있다. 공동체의 다른 가정의 형제를 만나 본인들의 걱정거리도 털어놓고, 자연 속에서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푼다.
 
 김혜연(테오도라) 부회장은 "발달장애아를 형과 누나로 둔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그 아이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시작한 형제 캠프를 통해 또 다른 가정의 형제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43



가톨릭평화신문  20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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