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랑하기 위한 고통, 기쁨이죠

[가정의 달-3] 문종규ㆍ이민자씨 가정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우리 가정의 사랑에는 하느님이 있답니다." 문종규 이민자씨 부부가 딸 현경(체칠리아, 왼쪽), 은경(소화데레사)양과 함께 환히 웃고 있다.
큰 아들 동영(파비아노)씨는 군 복무 중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죠. 그런데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구요. 이렇게들 이혼하는구나 싶었어요."
 5월 가정의 달을 지내며 서울 풍납동 한 가정을 찾았다. 가부장적인 남편 심부름에 바닥에 엉덩이를 붙일 새 없던 아내 이민자(안젤라, 50, 풍납동본당)씨가 여유있게 가정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전엔 손에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았던 남편 문종규(레오, 54)씨는 부엌에서 과일을 깎는다. 그리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과일 접시를 내민다.
 "남편은 원래 가만히 앉아 다 시켰던 사람이에요. 저는 정말 허드렛일만 하는 무수리였어요."(아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가정에서 자랐어요. 마누라는 6개월 안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남편)
 아내의 눈가에 웃음이 진다. 사소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싸운 세월은 이미 지나간 옛날 이야기라는 뜻이다. 남편이 미소 띤 얼굴로 말한다.
 "나를 바꿔가는 것은 고통이죠. 고통이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더라구요."
 집이 지저분하면 "오늘 뭘 했냐?"며 화부터 내는 남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내가 청소를 하지 못한 상황을 들여다봤고,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처음엔 고통이라 여겼던 귀찮음이 아내에 대한 사랑이자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부엌에 드나들었고, 어느새 새 남편이 돼 있었다.
 이들이 새 삶을 선물받은 건 2002년 ME(매리지 엔카운터) 주말에 다녀와서다. 당시 결혼 17년차였던 부부는 그간 쌓아온 속상한 일들을 털어놨다. 2박 3일간 대화하고 편지를 쓰며 어두웠던 등잔 밑을 비추기 시작했다. 갈등은 씻겨졌고, 서로를 생각하는 대화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사랑은 결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잘 싸우는 법도 덤으로 배웠다.
 부부는 "언제 마지막으로 싸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서 "우리 사랑의 알맹이에는 `신앙`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제야 하느님이 서로 단점을 보완해주며 살라고 짝 지어주셨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당 ME 대표 부부다. `부부여정` 운영자로도 봉사하고 있다. 부부여정은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시나리오 형식의 대화 예문 등을 통해 결혼생활에 실제적 도움을 준다.
 이들은 ME 주말에서 갈등을 풀었다면, 부부여정에선 구체적 대화기법을 배웠다. 생각없이 쉽게 하는 말들이 상대방 가슴에 꽃을 피우게 하는지 기름을 붓는지 알고 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내 생각대로 하면 이혼으로 갑니다. 왜 아내가(남편이) 그런 말을 했을까.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해줘야 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5-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9. 30

아모 5장 24절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