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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인플루엔자A(H1N1) 확진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전국 각 교구도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확산 추이를 지켜보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분위기다.
서울ㆍ대구ㆍ광주대교구와 수원ㆍ인천ㆍ의정부교구 등은 각 본당과 시설에 긴급공문을 발송, 미사나 피정ㆍ강의ㆍ성지순례 같은 교회행사를 통해 신종플루가 전파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신자들에게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적극 홍보하도록 당부했다. 성당 역시 학교와 학원, 기업체 못지않게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밀집하는 공공장소여서 감염 확산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인천교구는 특히 본당에서 신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성수대도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당분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구 관계자들은 "신자들이 걱정할 것을 우려해 청결과 위생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주ㆍ수원교구는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신자들은 교구장 명의로 주일 또는 대축일 의무에서 관면한다"는 임시 사목적 조치를 발표, "말씀의 전례나 대송 또는 원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이완희(인천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이에 대해 "주일의무도 중요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감염이 의심되는 신자는 가급적 미사나 주회합, 교회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단, 주일의무 관면 여부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교도권자인 교구장의 사목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또 성수대 사용과 관련해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는 것이 교회의 오랜 전통이지만 신앙의 본질적 문제와는 다르다"며 "성수대의 물이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된다면 사용을 안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 교구는 현양대회나 기념행사 등 한꺼번에 신자가 몰리는 큰 행사들을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하는 한편 불가피한 행사의 경우 손소독제(손세정제)를 비치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원주교구가 17일 배론성지에서 거행하려던 순교자현양대회를 취소한 데 이어 전주교구도 26일 치명자산 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요한루갈다제 및 성체현양대회와 10월 24일 예정된 `빛따라` 청소년축제를 취소했다. 대전교구는 27일 예정된 교구 평협 주최 성가페스티벌을 취소한 것을 비롯해 당분간 10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 참여가 예상되는 행사를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인천교구는 10월 4일 노인의 날 행사를 취소했고, 광주대교구는 10월 25일 예정된 교구 청소년축제를 연기했다.
각 본당에서도 야외미사, 체육대회, 성지순례 등 일체의 외부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노인대학 개강을 연기하는 한편 본당 출입 시 발열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 주보를 통해 신종플루 예방수칙을 홍보하고, 당분간 신자들과 인사를 나눌 때 악수나 포옹을 자제하고 간단한 목례로 대신할 것을 권고했다.
서영호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