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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시대] 늦깎이 대학교 졸업생 김재봉씨

제 여생의 전공은 선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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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 됐지요. 이제 한을 풀었으니, 여생은 모두 하느님 말씀을 전하며 살아야지요."
 
 올해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 김재봉(미카엘, 73, 서울 성수동본당) 할아버지가 "남은 인생을 오로지 하느님 사업에 매진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대학을 졸업한 김 할아버지는 젊은 동기생들은 취업이다 대학원 진학이다 여념이 없지만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 않는다.
 
 대신 이웃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을 전할까 고민한다. 여생의 방향을 `선교`로 정하고 아예 그 길로 들어섰다.
 
 최근 천주교서울가두선교단에 들어간 김 할아버지는 매주 수요일 명동 등지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선교에 나선다. 거리선교가 쉽지 않지만, 하느님을 알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교를 위해서는 성경공부가 필수라는 생각에 작은예수수도회와 성모영보수녀회 성경공부 모임에도 나간다. 성수동본당 레지오 마리애 `구세주의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원이면서, 봉사에도 나서 주일마다 서울 둔촌동 보훈병원에서 환우를 돌본다.
 
 또 듣고 싶은 사제 강의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찾아다니느라 할아버지는 일주일이 하루같이 짧다.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성경 읽고 묵주기도하는 시간이다.
 
 2006년 대학생이 된 뒤 방학마다 성경을 펼쳐 성경통독도 벌써 세 번째다.
 "한국전쟁 때 피난하느라 초등학교 밖에 마치지 못했지요. `못 배운 놈, 가방 끈 짧은 놈`이란 소릴 평생 듣고 살았지요. 막노동, 신문배달, 빵 장사…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배움에 대한 미련은 대학 공부까지 마치게 했지요. 이제는 여한이 없지요." 김 할아버지는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김 할아버지는 빨강 모자가 눈에 띄는 독특한 패션 때문에 10년은 젊어 보인다. 또 그만큼 젊게 산다. 성당에서는 신자들 사이에서 `빨강 모자 할아버지`로 불린다.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나이에 비해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 것은 `건강을 다시 허락해주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50살 때 당뇨 합병증 때문에 걸음은커녕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1999년에는 당뇨가 척추로 번져 척추 다섯 마디를 절제해야 했다. 고혈압 증세까지 겹쳐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정도로 병마는 그를 괴롭혔다.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주님의 십자가 고통을 생각하면서 "병마와 고통도 달게 받겠습니다. 당신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닙니다"하고 기도했다.
 
 할아버지는 또 "다시 건강해지면 하느님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며,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했다. 그 기도가 이뤄졌는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밥 대신 10년째 당근과 양파, 배추 등 생식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 웬만한 20대보다 혈액이 맑다는 평을 받았다. 당뇨 증세도 없고, 혈압도 완전히 정상이다.
 
 "4년 동안 문학을 공부했지만 성경만큼 감동적인 작품이 없더라고요. 젊은이들에게 언제나 희망을 품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곧 죽을 거라는 저도 살았잖아요. 하느님께 받은 새 인생은 오직 하느님을 위해 쓸 겁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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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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