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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귀녀 할머니가 공연복을 입고 웰빙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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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춤과 함께 인생을 즐기는 어르신이 있다.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의 이귀녀(마리아, 78, 수원교구 광주본당)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
"집에 있으면 자꾸 드러눕게 되잖아요. 운동 삼아 춤을 추면 재미있고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이지요."
이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광주시노인종합복지관 댄스 교실에 나가 춤을 배운다. 그전엔 웰빙댄스와 레크댄스, 사교댄스, 포크댄스 등 무려 4종류나 배웠지만 이제는 웰빙댄스와 레크댄스 두 종류만 배운다.
웰빙댄스는 왈츠, 지르박 등을 짝과 함께 추는 춤이고, 레크댄스는 트로트 음악에 에어로빅 동작을 어르신이 하기 쉽게 응용해 추는 춤이다.
"마음은 더 하고 싶은데 다리가 아파서 두 개만 배워요. 호호."
이 할머니는 8년 전 두 무릎 연골이 파열돼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두 시간 동안 서서 춤을 추는 것이 무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할머니의 춤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춤을 추며 인생을 즐겁게 살아서인지, 얼굴이 10년은 더 젊어보인다.
"제대로 잘 못 춰요. 그래도 춤추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아하니까 그만둘 수가 있어야지요."
할머니의 춤 사랑은 배우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주 한두 번씩 함께 춤을 배우는 친구들과 인근 지역 경로당에서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시민의 날 행사, 경기도 경연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여러 차례 참가한 할머니는 얼마 전 신종플루 때문에 대회들이 연이어 취소된 것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400~500여 명 학생 중, 단 20명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최고령자인 내가 뽑혀 무대에 설 때면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지요."
10여 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할머니는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밭농사를 짓고, 낮이면 복지관으로 향한다.
그뿐 아니다. 복지관, 경로당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에 어르신들이 쉴 마땅한 곳이 없는 것을 보고 지난해 직접 인근 상가 등을 돌며 모금한 400여만 원으로 컨테이너 쉼터를 마련했다.
전기장판을 깔고 텔레비전과 에어컨, 노래방 기기까지 갖춘 이곳은 이제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됐다. 사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서울 방학동에 살 때에도 집 한 칸을 노인정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제가 뭐든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춤추고, 농사짓고, 노인정을 돌보며 살 거랍니다."
오늘도 할머니는 화려한 댄스복을 챙겨 복지관으로 향한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