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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이웃들 친구 돼줄래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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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회원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동화 책을 읽어주고 있다.
 

 "젊은이는 새 임금이 되었어요. 우렁이는 왕비가 되고요."
 
 경기도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동화읽기방.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회원 홍자호(13, 성남 내정중)군이 안광민(3)군에게 동화 「우렁이 색시」를 또박또박 읽어준다. 안군은 한국인 아빠와 중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이다.
 
 홍군이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하 아찾사)은 6년 전 성남 불정초등학교 1학년 4반 학생과 학부모가 주축이 돼 만든 봉사단체다.
 
 "4반 학부모 대표를 맡게 됐는데 다른 아이 엄마들에게 친목모임을 만들자는 요청을 받았어요. 친분을 쌓는 단순한 `엄마 모임`보다는 엄마와 아이들, 나아가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찾사 시작부터 대표를 맡아 활동하는 김소미(아녜스, 수원교구 분당요한본당)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생각난 김에 즉시 학부모들에게 "아름다운 세상,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보내고 만남을 제안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학부모 20명이 모두 김씨 뜻에 동의했다.
 
 처음 시작한 활동은 봉사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공연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면 더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태권도와 사물놀이 등을 연습해 주민센터 강당에서 자선기금 마련 공연을 벌였다.
 
 고사리손으로 기금을 모아 첫 봉사활동에 나선 곳은 장애인 생활시설 주몽재활원. 아이들은 몸이 불편한 또래 친구들 식사를 도와주고 말벗이 돼줬다. 아이들은 장애인들이 흘린 반찬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주워 먹었다. 김씨와 엄마들에게 아이들의 그런 모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함께 간 엄마들은 솔직히 장애아들과 같이 밥을 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엄마들 스스로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게 됐어요."
 
 아찾사는 봉사자가 많은 큰 규모의 복지시설보다는 사람들 관심이 미치지 않는 소규모 복지시설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곳이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우리 공동체`였다.
 
 아찾사 엄마와 아이들은 5년 동안 월1회 그 공동체를 찾아가 장애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장애아들의 친한 친구가 돼줬다. 박진우(안드레아, 13)군은 "장애인 친구들은 우리랑 조금 다른, 몸이 불편한 친구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그늘진 곳에 있는 아이들의 친구가 돼 주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어느새 의젓한 중학생이 됐다. 초등학교 때보다는 아무래도 여유가 없다. 매달 찾던 우리 공동체도 올해부터 일 년에 2번만 찾기로 했다.
 
 대신 조를 짜서 새로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외국인 엄마가 한국말이 서툴러 말이 늦는 편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는 동안 엄마들은 옆방에서 이주민 여성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쳐준다.
 
 아찾사 회원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김소미씨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가득 넘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사랑을 가르칠 거라 믿어요. 이렇게 사랑의 씨앗이 퍼져나가면 훨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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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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