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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과 바꾼 순교체험

한달간 세 자녀와 전국 90곳 성지순례, 자동차로 29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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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한 달간 전국 성지 90곳을 순례한 박세영 도희주씨 가족이 미리내성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박세영ㆍ 도희주씨 부부

   "엄마, 이러다가 우리도 순교할 거 같아요."

 130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 초.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를 둘러보던 큰 아들 박재유(요한 사도, 초3)군이 더위에 지쳐 시무룩해졌다. 온종일 가톨릭대와 서소문, 새남터성지 등을 거쳐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한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지쳐버린 것이다. 온 가족이 한 달간 전국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떠난 지 겨우 이틀째였다.

 "재유야, 우리는 여행을 다니는 게 아니라 방학 동안 우리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거야. 집에 가면 피자도 시켜주고 컴퓨터 게임도 한 시간 할 수 있게 해줄게."

 박세영(대건 안드레아, 43, 수원교구 별양동본당)ㆍ도희주(수산나, 40)씨 부부는 지난 8월 세 아이에게 특별한 여름방학을 선물했다. 초등학생 2명과 7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한달 동안 전국의 성지 90곳을 순례한 것.

 결혼 10주년과 큰 아이 첫 영성체를 기념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봉헌하자는 의미로 기획한 것이다.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한 아내 도씨는 출판일을 해온 남편과 새로운 출판사를 차리면서 한 달간 짬을 내 순례길에 올랐다. 아이들은 학원도 안 가고 문제집을 안 풀어도 된다는 말에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가족은 8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을 시작으로, 수원교구 천진암성지ㆍ남양성모성지를 거쳐 대구대교구 한티성지와 전주교구 천호성지, 제주교구 새미은총의 동산까지 15개 교구 90군데 성지와 성당, 성인 묘를 찾아다녔다. 자동차로 2900km를 달렸다.

 영적 양식을 얻고 쉬러(?) 떠난 순례길이었지만 아이들은 성지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이 나오는 곳으로 달려가기 일쑤였고, 틈만 나면 시원한 음료가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성인들 삶을 소개해주면서 짧지만 함께 기도도 바쳤다.

 아이들은 새남터성지 지하 순교 기념관에서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담은 영화의 박해 장면을 보고는 "잔인랜드"라며 무서워했다.

 박씨가 아들에게 "우리도 박해 시절에 태어나 신앙 때문에 죽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묻자, 큰 아이는 "안 들키도록 몰래 숨어서 기도할 거야"라고 답했다.

 16일째 도착한 황석두 성인의 고향 연풍성지에서는 온 가족이 잔디밭에서 저녁노을을 맞으며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은 평온한 시간이었다.

 숙박은 찜질방을 비롯해 교우촌 마을회관, 펜션, 휴양림, 피정의 집 등에서 해결했다. 계획 없이 그때 그때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잠자리를 구했다.

 박씨는 "각 성지마다 하느님과 성인들에게 아이들 일생을 봉헌하며 이들의 삶을 지켜주시기를 기도했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씨는 "성지에 발을 디디면 보이지 않는 은총의 힘이 우리를 감쌌고, 신앙 선조들의 일생을 묵상하면 더 굳건한 신앙의 삶을 살아갈 힘이 생겼다"면서 "믿음의 근원지인 성지에서 그 힘을 받고, 그 힘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며 흐뭇해했다.

 부부는 순례기를 엮은 책 「세 아이와 함께한 30일 전국 성지순례」를 올해 안에 펴낼 예정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해외 성지순례를 떠날 꿈을 꾸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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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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