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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봉사자'' 부산 가야본당 배금향(마리아씨)

"봉사는 제 삶의 활력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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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금향(마리아, 52, 부산 가야본당)씨는 30여 년 전 부산 암남동에 있는 마리아수녀원을 찾아갔다. 배씨 눈에 비친 수녀들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천사`나 다름없었다. 그도 수녀가 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배씨와 상담한 수녀는 "단지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수녀회에 입회하려는 것 같다"며 "봉사는 결혼하고도 할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 수녀 말이 맞았다. 그날로 수도자가 되려는 마음은 접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 13년째 하고 있는 우유배달을 끝내면 아침 7시. 집에 들어와 남편과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집안 청소를 마치면 오전 10시가 가까워온다. 이때부터 배씨의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그는 시각장애인 안내, 홀몸 어르신 돌보기, 저소득층 가정 반찬 지원, 호스피스 병동 봉사 등 그야말로 안 하는 봉사가 없다. 봉사를 하려고 도배까지 배웠다. 태풍 매미(2003년) 피해 현장, 기름 유출사고(2007년)가 난 충남 태안 앞바다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큰 재난 현장에는 어김없이 배씨가 있었다.

 배씨는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봉사현장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가 넘는다. 하루 수면시간은 13년 동안 3시간을 넘겨본 적이 없다. 피곤할 법도한데 얼굴에는 활력이 넘친다.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봉사를 해야 힘이 나요. 어쩌다 일이 없어 집에 있으면 힘이 빠지고 맥을 못 춰요. 누군가를 도와준 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들으면 쌓인 피로가 싹 가시죠."

 두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휴대전화가 네댓 번이나 울렸다. "도움이 필요한데 언제 와 줄 수 있냐"는 사람부터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어떻게 하냐"는 사람까지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봉사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달리는 봉사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는 어머니한테서 봉사를 배웠다. 어머니는 본당 단체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다닐 때 어린 배씨를 꼭 데리고 다녔다. 늘 앞장서서 남을 도와주는 엄마 모습을 본 배씨에게 봉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다.

 배씨 마음속에는 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봉사활동을 과하게(?) 하다 보니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주일미사까지 빠져가면서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핀잔도 주위 신자들에게 들었다. 하지만 최근 본당 노인대학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니카회`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친언니가 수녀님인데 동생이 신앙생활을 제대로 안 했으니 문제가 있었죠?(웃음) 모니카회 활동을 시작으로 이제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성당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많이 찾아보려고요. 저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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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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