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월 28일 설악산 신흥사 산문에서 청주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초청 여행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지 이주여성과 가족, 그리고 다문화가정 남편 및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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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시집온 지 8년차인 아리야쌘드(31)씨는 그간 단 한 번도 고향 태국에 다녀오지 못했다.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워 선뜻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매주 세 차례씩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여행은 사치였다.
캄보디아 출신 레라이온(25)씨도 국내에 들어온 지 4년째지만 친정에 다녀오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는 남편을 건사하고 딸을 챙길 사람은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지 못하는 고향만 그리워하던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이주여성 5명이 8월 27~28일 친정어머니와 가족들을 만나 `꿈결 같은`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경비는 지난 4월 청주 무심천 벚꽃축제 당시 청주 사직동본당(주임 최정묵 신부)이 나눔 바자를 열어 모은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남편과 자녀들, 친정 식구들까지 함께한 여행엔 모두 30명이 참가, 첫날엔 춘천 화목원과 소양강댐을 시작으로 낙산해수욕장에 들렀고, 이튿날에는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관광을 한 뒤 신흥사와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등지를 둘러봤다.
여행에 함께하기 위해 한국에 온 아리야쌘드씨의 친정아버지 라올리씨콘(56)씨는 시어머니 최정순(74)씨의 손을 꼭 잡으며 한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딸을 잘 보살펴주셔서 고맙다고 연신 감사를 전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리야쌘드씨는 "태국에 계신 부모님을 초청해 한국 구경도 시켜드리고 저희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게 돼 그저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다문화가정 친정부모 초청 여행을 주선한 산남종합사회복지관장 박민호 신부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스러웠고 또 아름다웠다"며 "특별히 이런 행사를 계기로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한 가족이 돼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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