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종찬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 손님들은 뒷자리에서 가톨릭 홍보 책자꽂이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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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선교책자 비치… 천주교 소개
효율적 선교활동 위해 상담심리학 공부
"반갑습니다. 간만에 날씨가 참 좋지요?"
택시기사 박종찬(베드로, 55, 수원교구 신갈본당)씨는 자신의 택시를 타는 모든 손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던 손님도 친절하게 말을 거는 박씨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속 시원한 `수다 한판`의 주인공이 된다. 아이 엄마에게는 육아 얘기를, 퇴근길에 만난 직장인에게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여자친구를 바래다주고 귀가하는 청년에게는 연애 얘기를 꺼내며 대화는 시작된다.
박씨가 이처럼 손님들과 애써 대화하려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리스도의 기쁜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몇 마디 주고받는 말끝에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는 손님에게 박씨는 그의 신앙고백을 들려준다. 힘든 순간에 체험한 하느님과 신앙 안에서 변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가톨릭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전한다.
손님들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자칫 거부감을 느낄 법도 한데, 공감대 형성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그 비결이다. 뒷자리에 비치된 책자도 선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보 책자꽂이를 본 손님들 중 어떤 이들은 박씨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렇지 않아도 성당 나가려 했는데…" 하고 털어놓아 본론(?)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손님 10명 중 1명꼴로 냉담교우를 만난다. 성당에 다니길 원하는 미신자나 다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냉담교우들을 본당과 연결시켜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6년 넘게 택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박씨는 현재 서울디지털대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손님들 고민과 아픔을 좀 더 잘 들어주고, 전문적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심한 입학이다. 박씨는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고, 손님들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한국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 전국협의회 선교부장으로도 활동 중인 박씨는 "학문적 지식과 신앙을 접목해 사람들이 기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택시는 선교활동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이 선교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을 받은 뒤 선교활동에 적극 나서면 좋겠습니다."
박씨는 운전하기 전 항상 "당신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입이 열리게 해주소서"하고 기도한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낯선 손님들에게 하느님을 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손님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성령께서 활동하심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에게서 선교에 대한 사명과 열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박정연 기자 ceci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