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넘는 성격차이 벽, 참된 사랑의 기회
`백년해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나 OOO는 당신을 내 남편(아내)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로 시작하는 엄숙한 혼인서약이 무색한 시대다.
최근 연예인 부부들의 이혼 소식이 잇따르면서 연예가는 이혼으로 술렁이고 있다.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 풍토를 짚고 대안을 살펴본다.
![]() ▲ 조건을 앞세우는 결혼과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퍼지면서 쉽게 이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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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가장 흔한 이유는 성격차이며, 가장 근본적 이유는 결혼이다."(@drm****)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젊은이들의 이혼에 관한 단상들이 올라와 있다.
"그대 지금 그 누구를 사랑하는가. 우리 결혼 잊어 버렸나. 예전에는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이혼이 그리 쉬운가~♪"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이혼장만 쌓이네`로 개사한 곡으로, 이혼이 흔한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1.1건이었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IMF를 겪으면서 2002년 3건, 이듬해 3.4건으로 증가했다. 13년 만에 3배가 늘어난 수치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조이혼율은 평균 2.5건으로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성격차이는 이혼 사유로 최근 10년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이어 경제 문제와 가족 간 불화, 배우자 부정, 정신ㆍ육체적 학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면서 이혼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관대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이혼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혼을 쉽게 선택하는 풍토를 반영한다.
10년 전, 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전통적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가부장적 사고방식, 경제적 이유에서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펙과 연봉 등 조건을 앞세우는 결혼 풍토와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이혼의 원인으로 꼽힌다.
직업과 경제력, 학력, 외모 등 배우자의 조건을 따지는 것이 이혼과 어떤 직접적 관련이 있을까.
7년째 혼인교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송송이(아가타)씨는 "근본적으로 배우자를 그 사람이 가진 스펙과 능력 등 기능으로 평가해 결혼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듯 선택했기에 결혼 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상대방에게 단점이 발견됐을 때야말로 참된 사랑을 시작할 기회이지만 이혼으로 상황을 종결지어 참 사랑을 할 기회를 놓쳐 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급속도로 발전한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물질주의와 성과주의는 모든 것을 돈과 숫자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건만 맞춰 결혼할수록 부부생활은 어렵다. 서로 몰랐던 성격과 가치관은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톨릭신자라고 해서 이혼에 대해 덜 관대한 것도 아니다.
서울대교구 법원 관계자는 "혼인 무효소송 건수는 30~40대 층이 가장 많다"면서 "요즘 젊은 분들은 옛날 분들처럼 신자라고 해서 이혼하면 안 된다는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에 대한 의식이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결혼 4년차인 박미영(마리아, 32)씨는 "결혼 전 신앙이 깊지 않았을 때는 결혼하고도 헤어질 만한 상황이 되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배우자는 하느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믿음이 생긴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혼을 미화하거나 유일한 탈출구로 바라보게 하는 드라마도 문제다.
옴니버스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는 이혼밖에 답이 없어 보이는 부부들의 갈등상황을 다룬다. 각종 형태의 불륜과 악행을 극화시켜 시청자들에게 `저렇게까지 살아야 할까`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이혼에 대해 관대한 인식을 심어준다. 부부갈등 해결 능력도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