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명위·생명윤리연구소·가대 생명대학원,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 정기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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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이 참석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박수정 기자 |
윤리는 인간 행위를 연구하며 인간 가치와 당위에 관한 물음을 고찰한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마땅한가를 연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할 것인지 역시 중립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법은 어떠할까. 법은 생명 앞에 중립일 수 있는가. 법은 인간 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명윤리 논의에서 법의 역할’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은 16일 서울 서초동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제12회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생명존중 관점에서 법의 의미와 역할을 논의했다. 발표는 라우라 팔라차니(이탈리아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부위원장, 룸사대)ㆍ군나 두트게(독일 괴팅엔대)ㆍ신동일(한경대)ㆍ이석배(단국대) 교수가 맡았다.
라우라 팔라차니 교수는 “생명법학자는 법을 이용해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수호하며, 인간 몸을 착취하고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모든 방식을 금지할 것을 요청받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청은 인간은 인간 존재라는 사실만으로 차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식에 기초한다. 팔라차니 교수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조작과 실험 가능성에 대해 인간을 보호해야 할 생명법적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특히 문화와 국가, 대륙을 넘어서는 ‘거시적 생명윤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군나 두트게 교수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 생전 유언(Living Will) 등과 관련된 독일법 현황을 설명하며 생전 유언을 다루는 법적 위험을 지적했다. 두트게 교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의 생전 유언 내용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면서 “불확실성을 묵인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명령된 인간 생명 보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담당 의사가 상호작용해 지속적으로 삶과 죽음을 대비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을 제안하며 “이는 임종하는 환자의 마지막 시기에 며칠을 연장하는 문제가 아닌, 가장 충만한 생명을 선사해 줄 책무에 대해 모든 관련자를 자각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생명 관련 법의 입법과 법해석을 발표한 신동일 교수는 “존엄성과 자기결정권과 같은 이론 프레임은 다양한 생명윤리 논점을 해결하는 데 자주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특히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학적 논의 분석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 제도화는 기존 법제도와 모순될 뿐 아니라 원래 법이 추구하는 이념과도 잘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톨릭 교회가 안락사나 인위적 죽음에 반대하는 ‘죽음의 신성성’ 논점을 우리 사회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며 “죽음에 대한 종교계의 신성성을 그저 종교적 판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석배 교수는 우리 법 체계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발표하면서 “생명을 다루는 임상의 개별적 상황을 형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이 교수는 “법은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 제공하고 그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세분화된 생명의료윤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