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민들레의 영토」 출간 40주년 기념 저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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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수녀. |
이해인 수녀를 사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톨릭출판사는 4월 30일 서울 중구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이해인 수녀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0주년 기념 저자 강연회’를 열고 이 수녀와 독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얀 수도복을 입고 무대에 선 이 수녀는 40년 전 첫 시집을 내고 시인으로, 수도자로, 암환자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담담히 들려줬다. 아름다운 시 속에 담긴 남모를 아픔과 고통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괴로웠던 순간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이 수녀 특유의 명랑한 입담은 이날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덕분에 공연장은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말해요. ‘이해인 수녀가 암에 걸리더니 시가 깊어졌다. 역시 고통 중에 나온 시는 다르다’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말하는 시가 제가 아프기도 훨씬 전인 30년 전에 쓴 시인 거예요! ‘그게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무안해 할까 봐 그 앞에선 말도 못하고 혼자 답답해 하고…. 하하.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더 아프다니까요.”
이 수녀는 “사람들은 수도자인 제게서 고독이나 외로움,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을 기대하는데, 저는 희망, 행복, 기쁨,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특별한 초대 손님으로 더 빛나는 자리였다. 이 수녀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 이들이 이 수녀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혜민 스님과 탤런트 김현주(데레사)씨, 초등학생 최이안양은 이 수녀와 맺은 저마다 인연을 들려주며 가장 좋아하는 이 수녀의 시를 낭송했다.
혜민 스님은 “수녀님께선 저와 같은 수도자이시다 보니, 제 상황과 처지를 너무 잘 이해해 주신다”면서 “저도 억울한 일, 말 못할 고민들이 있는데, 그런 면에선 수녀님께 큰 도움과 위로를 받곤 했다”고 했다.
김현주씨는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수녀님께서 출판사를 통해 시집을 보내주셨다”면서 “인연의 손을 먼저 내밀어 준 수녀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녀님께선 저보고 ‘수녀가 되면 딱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가 나이가 많아 수녀원 입회 나이 제한에 걸렸다”고 말해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로제리오)씨 역시 함께해 이해인 수녀 시로 쓴 곡 ‘바다의 노래’와 ‘수녀’ ‘해바라기 노래’를 불러 강연회를 한층 풍성하게 했다.
강연회 후엔 저자 사인회가 열렸다. 이 수녀는 책에 사인받는 이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며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해준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강연회를 마련한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는 “수녀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수녀님께서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로 우리와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민들레의 영토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江)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이해인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