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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박해 때 배교하고 유배 떠난 한 교우의 고뇌와 회심

현대어로 옮겨 출간, 나태한 신앙 담금질할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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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로 옮겨 출간, 나태한 신앙 담금질할 회초리




자책

김영수 역/흐름/1만 3000원



“내 행위를 생각하건대 무슨 교우의 도리가 있었던가. 육신에 의복을 입었다고 하여, 이 옥중에 와 앉았는가? 육신의 안일을 위해 이 옥중에 와 앉았는가? 만일 영혼을 돌아보지 않고 이 모양, 방탕함에서 빨리 회심하지 않는다면, 받는 것이 모두 헛된 고난이요 짓는 것이 참죄악이며, 잃어버리는 것은 다 진복이요, 얻는 것은 모두 재앙이 될 것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배교하고 흥해로 유배 간 한 교우가 스스로를 꾸짖는 글 「자책」(自責)의 한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배교한 것에 대해 평생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성찰과 통회로 자기를 성화하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간 회심의 과정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자책」은 순교자의 영웅적인 기록과는 달리 배교자로서의 인간적 갈등과 고뇌, 아픔을 승화시켜 나간 신앙 선조들의 귀중한 유산이다. 저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801년 서울에서 흥해(포항)로 유배 간 최해두일 것이라는 게 정통 학설이다. 1801년 신유박해 형조 문초록인 「사학징의」에 따르면 당시 배교하고 흥해로 귀양간 사람은 서울의 최해두와 전주의 박판남 두 사람이다. 박판남은 유항검 여종의 남편이었으나 양반 가문의 최해두는 당시 교회의 지도급 인사였다. 그의 처사촌이 윤유일(바오로)이었고, 숙부가 최창주(마르첼리노)였다. 그의 아들 최영수, 최병문과 며느리 이연이는 기해박해 때 순교했다. 「자책」의 저자는 오늘날 「준주성범」인 「경세금서」(輕世金書)를 읽을 정도의 지식인이어서 이 책을 최해두가 지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는 배교한 아픔이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 배교 이전의 옛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절대 고독 속에서 천상의 복마저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하는 철저한 자기 성찰이 돋보인다. 그는 십계명을 기준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기도 생활로 주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고백한다.

「자책」은 호남교회사연구소와 한국교회사연구소에 각 하나씩 이본이 소장돼 있는데 김영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학술이사가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본을 현대어로 옮겨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다.

신앙인이지만 세속화된 일상에서 혹여 하느님을 배반하고, 박해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무감각하게 옛 습관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꾸짖어 봄은 어떨까. 책은 신앙인으로서 나태한 자신을 담금질하는 좋은 회초리다.

리길재 기자

teotokos @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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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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