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자살자 유가족에게 전하는 위로와 치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



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

도서출판 달금/1만 3000원


이탈리아 북부 산 베르나르도에서 로마까지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프란치스코 길) 1000㎞ 여정을 걸으며 지난해 평화신문에 ‘순례자의 편지’를 연재했던 문지온(아가타) 작가가 최근 자살 유가족을 위한 책을 출간했다. 「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다.

저자는 사춘기 시절 자살한 아버지의 주검을 마주한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상실의 고통은 십자가처럼 그의 인생을 짓누르고 있었다. 오십 중반 즈음에 운명과 같은 산티아고 순례 길에 오른다. 길을 걷는 여정 초입에서 저자는 한국의 가족에게 또다시 비보를 듣게 된다. 막내 오빠의 자살 소식이었다. 저자는 성난 걸음과 눈물 그리고 분노로 산티아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홀로 눈보라 치는 겨울 순례길에서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잃어버린 삶의 기억들과 마음속 깊이 숨겨 놓았던 진실과 마주쳤다. 온통 ‘자살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부둥켜안고 살아야 했던 청년기 자신의 암울했던 삶과 마주했다. 또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가족들과의 기억을 상대했다.

“발걸음을 떼어 보려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뜻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그렇게 커다란 절망감을 주는지는 몰랐다. 불현듯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뇌졸중으로 한쪽 손과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 아버지가 느낀 절망감이 이랬겠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아버지가…”(106쪽).

묻어 놓았던 모든 삶의 응어리들과 마주한 후에서야 저자는 비로소 자신과 화해한다. 또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화해를 청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걸은 후 저자는 “이 길이 자신의 어두운 감정과 화해하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한 영혼의 길”이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땅의 모든 자살 유가족을 위해, 생전에 미처 풀지 못한 감정의 매듭으로 힘들어하는 세상 남은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자신의 글이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세상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움큼의 따뜻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순례길의 고독과 행복을 사랑한다는 저자는 “앞을 향해, 세상을 향해, 삶을 향해 뒤돌아보지도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10-1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1. 5

다니 2장 23절
저의 조상들의 하느님 제가 당신께 감사드리며 당신을 찬양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