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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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예술인]<1> 오소라 스텔라 (경희대 국제캠퍼스 겸임 교수)

“음악으로 희망과 용기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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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희망과 용기 주고 싶어요”

▲ 오소라 교수.




가톨릭평화신문은 이번 호부터 가톨릭 신자 청년 예술인의 삶과 신앙을 소개하는 ‘3040 예술인’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신앙생활에도 본보기가 되며, 앞으로 우리나라와 교회를 빛낼 가능성을 지닌 젊은 문화예술계 인재를 소개함으로써 동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꼭지입니다.




거실엔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아이는 장난감 대신 피아노를 치고 놀았다. 텔레비전에서 광고 노래(CM)가 나오면 그대로 따라 쳤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아이의 엄마는 일찌감치 ‘절대음감’을 가진 딸의 재능을 알아보고 피아노 개인 지도를 시켜줬다. 우리 나이로 서른셋의 젊은 피아니스트 오소라(스텔라) 교수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피아니스트와 법학도 사이에서 고민하다

18일 만난 오 교수는 “음악을 사랑하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와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겸임 및 객원 교수로 있는 오 교수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 재학 시절 학교 100주년 기념 정기 연주회(2006년) 때 줄리어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자로 선정된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다. 당시 연주회 땐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피아노 외엔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도 심각하게 진로를 고민한 시기가 있었다. 줄리어드 음대를 막 마친 만 22살 때였다.

“6개월간 피아노 방을 잠그고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진로를 바꾸려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변호사인 오빠를 따라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이었거든요.”

매주 금요일 6~7명의 친구와 함께 성당에서 묵주기도 5단을 바치며 ‘하느님의 뜻대로 되게 해 달라’던 그에게 온 응답이었을까. 로스쿨(법학 전문대학원) 진학 준비를 마쳤던 그에게 한 달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미국 로스쿨은 11월 초에 모든 입학 절차가 끝나는데, 음대 대학원은 서류 마감일이 12월 초까지였다.

마침 바이올리니스트였다가 하버드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그의 대모를 만났다. 대모는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음악을 하겠다”고 조언했다. 그 말을 들은 오 교수는 6개월간 잠가 뒀던 피아노 방에 들어가 쇼팽의 ‘녹턴’(Nocturne in C-sharp minor)을 연주했다. 피아노의 선율이 커다란 파도가 돼 모래사장에 서 있는 그를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이 체험 후 그는 음대 대학원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음악,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기쁨 배가


이후 피아노는 새롭게 다가왔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학점을 잘 받으려고 쫓기듯 연주했던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모든 게 달라 보였다. 교수와 동료들도 그 시기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봉사에도 눈을 떴다. 비올라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음대 동료들과 실내악 트리오를 구성해 인근의 양로원과 요양원, 저소득층 학교, 병원 등을 찾아가 자선 연주회를 하게 됐다.

“어린이 암 병동에서 연주할 때였어요.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행복해하는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의 눈빛을 보고 ‘음악 하길 잘했다’고 느꼈어요. 제가 왜 음악을 해야 하는지 깨달은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는 이스트만 음대에 진학해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오 교수는 신자 음악인들과 함께 자선 연주회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지 않고 귀국한 것도 우리나라의 어려운 이들에게 음악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서다.

“기도는 혼자 할 수 있지만, 공동체가 함께 할 때 더 많은 은총을 받는 것처럼, 음악 역시 다른 사람과 나누고 공유할 때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음악입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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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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