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이 아름다운 것은 남다른 통찰을 가진 작가의 눈이 세상을 더욱 환히 보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들의 감성을 빌려 완연해진 봄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신간을 소개한다. 글·사진=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사월 바다
도종환 지음 / 창비 / 8000원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 /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섬 사이를 건너다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찔레꽃도 멍이 들어 하나씩 고개를 떨구고/ 파도는 손바닥으로 바위를 때리며 슬퍼하였다.”(화인<火印> 中)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 국회의원) 시인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언어로 서정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5년 만에 자신의 11번째 시집 「사월 바다」(창비)를 낸 시인은 더욱 깊어진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유유자적하는 초월적 삶에만 안주하지 않고자 국회 활동으로 ‘인생 십일조’를 바친다는 그는 “함께 가는 모든 길이 아름다워지리라”는 믿음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인은 슬프더라도 “서둘러 눈물을 닦지 말고 흐르게 두고”(슬픔의 통로 中), “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아모르파티 中)고 노래한다.
시가 나를 안아준다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1만 3800원
“일할 때, 당신은 진실로 삶을 사랑하는 것이고/ 일하며 사랑할 때, 삶의 가장 깊은 비밀과 가까워집니다.”(칼릴 지브란의 일하며, 사랑하며 中)
우리는 이별의 끝에서 사랑이 끝나버렸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작품 「사랑이 끝났다고 말할 때」에서 “썰물일 때 바다의 변절을 믿지 않듯 바다는 사랑에 넘쳐 다시 밀려들 것”이라며 “사랑은 끊임없이 샘솟는 무언가”라고 했다.
신현림(로사) 시인은 국내외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 91편을 모아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집을 엮었다. 톨스토이부터 만해 한용운 선생과 정호승 시인, 이해인 수녀에 이르기까지, 시인들이 노래한 ‘고독’, ‘사랑’, ‘감사’, ‘희망’을 그림과 함께 담았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1만 2000원
소설이면서 수필이기도 하다. 2000~2010년 사이 공지영(마리아) 작가가 발표한 작품 가운데 5편을 모아 한 권에 묶었다. 5편 가운데 3편의 주인공이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암 선고 후 6개월 넘게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들의 인간적 애환을 그린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작가로서 자신의 고통 없이는 글을 쓸 수 없었던 지난날의 고민과 발자취를 담은 ‘맨발로 글목을 돌다’, 생에 대한 환희를 봄을 맞는 기쁨으로 노래한 ‘월춘장구(越春裝具)’까지 소설처럼 보이지만, 우리 일상을 세밀한 감정으로 써내려 간 일기 같은 작품들이다. 인간이 겪는 일상 속 고통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소재로 한다. 극적인 반전이나 모험과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깊은 속살 아래 상처를 어루만지고 돌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의 작품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그만큼 작품 속 이야기가 바로 우리 자신의 삶과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