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무관 학부모 만족도 높아
“개미를 보면 ‘우와~개미다!’ 하고 외치면서 발로 밟는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우리 유치원 아이들은 절대 그러지 않아요. 개미 한 마리도 사랑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어요.”
계성유치원 원장 배선희 수녀의 자랑처럼 유치원의 아침은 토끼와의 인사로 시작된다. 아이들의 등원 시간, 유치원 앞마당 사는 토끼 자매 ‘아끼’와 ‘미끼’ 그리고 수녀님과 선생님이 아이들을 반긴다. 유치원 건물 뒤편에는 아이들이 직접 심은 토마토와 오이, 상추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건물에 설치된 ‘빗물 저금통’이 장마를 기다린다. ‘자연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참 인성교육의 장’. 곳곳에서 계성유치원의 교육 이념이 드러난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한국 유아교육의 출발’인 서울 용산구 계성유치원을 찾았다. 계성유치원은 오랜 세월 6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대를 이어 다니는 유치원’, ‘사랑을 가르치는 유치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10개 반, 240명의 유치원생이 다니고 있다.
조기교육이 대세인 시대에 계성유치원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믿고 잠재력을 기다리는 교육을 펼친다. 몬테소리교육을 바탕으로 한 수업은 5~7세 통합반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한 반에서 수업하지만 각자의 수준에 맞는 교구 활동을 한다. 교사들은 일방적으로 수업하기보다는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자율적인 독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등하원 전후 30분 동안 아이들은 미니 도서관에서 대출 바코드를 찍고 자유롭게 책을 읽는다. 바코드 통계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고 독서 편식도 지도할 수 있다. 보통 책을 지정해 읽도록 하는 독서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방식이다.
인성교육 시간도 유치원의 큰 자랑이다. 5명의 수녀와 100 가톨릭 신자인 교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계성유치원은 매주 금요일 가톨릭 인성교육을 시행한다. 연령대별로 다르게 시행되는 인성교육은 5세 아이들의 기도 교육부터 6~7세 아이들의 교리교육으로 이어진다. 종교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가족, 친구, 이웃을 향한 사랑을 배우다 보니 가톨릭 신앙 여부와 관계없이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
배 수녀는 “가톨릭의 사랑은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관계 안에서 실천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라며 “신발 끈이 풀린 친구를 기다려 주고, 서로 싸우지 않고, 물과 전기를 아끼도록 배우는 것에서부터 사랑을 아는 아이, 예수님을 닮은 아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배 수녀는 “계성의 목표는 아이들을 우뚝 솟은 사람, 리더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나누는 별, 주위를 밝히고 인도하는 심성이 밝은 아이들로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운영하는 계성유치원은 1925년 종현본당(현 주교좌 명동대성당) 부설 유치원으로 시작, 한국전쟁 당시 임시 폐원을 거쳐 1966년 재설립됐다. 1989년 명동에서 현재 위치인 용산구로 자리를 옮겼다.
글·사진=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