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종주
안소근 수녀 지음 / 성서와함께 / 1만 8000원
막상 두꺼운 성경을 펼쳤다가 구약의 첫 장에서 이내 덮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방대한 구약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성서학 박사인 안소근(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수녀가 동반자를 자처했다. 구약시대의 역사적 배경부터 오경과 역사서, 예언서 등 구약 전반에 걸친 배경을 알기 쉽게 엮었다.
우리는 종종 구약에 드러나는 역사적 사실에만 집중해 성경을 읽는 경향이 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은 식물을 먼저 만드시고, 인간을 만드셨다고 나오지만, 2장은 반대다. 또 역사적으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후손의 수는 60만 명이 아니었고, 예리코를 함락시킨 것은 여호수아 시대의 일이 아니었지만, 성경은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불어닥친 메뚜기 재앙이 정확히 몇 세기에 일어난 사건일까. 아울러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보시니 좋았다”고 하는데, 세상에 대체 왜 악이 존재할까. 정확하지 않은 성경 내용은 그러면 거짓일까?
이러한 의문에 안 수녀는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세계관인 ‘창조의 신성’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성경은 내용에 등장하는 정확한 숫자와 규모 아래에 깔린 원의(原意)를 이해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인간이 바벨탑을 지어 하느님께 도전하는 등 악의 기운이 자리 잡는 가운데에도 하느님은 결국 인간의 죄를 용서하신다. 저자는 성경에 담긴 하느님 자비를 읽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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