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미워해도 될까요?
피에르 볼프 지음 / 김인호ㆍ장미희 옮김 / 생활성서 / 1만 원온갖 시련을 겪던 욥은 말했다. “전능하신 분의 화살이 내 몸에 박혀 내 영이 그 독을 마시고 하느님에 대한 공포가 나를 덮치는구려.”(욥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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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잘로 카라스코 작 ‘잿더미 위의 욥’. |
욥은 자신의 탄생마저 비관하며 “차라리 없어져 버려라, 내가 태어난 날”(욥 3,3)하며 개탄한다. 가진 재물들이 화를 당하고, 집마저 무너지며 온몸이 병드는 등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하느님께 격렬하게 호소한 것이다.
우리 인간사도 비슷하다. 괴롭고 고통스럽다. 육체적ㆍ심적 어려움은 때론 욥의 시련을 능가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식별과 영성의 대가이며 피정 지도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예수회 사제인 저자 피에르 볼프는 「하느님을 미워해도 될까요?」를 통해 “나의 모든 감정을 하느님 아버지께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표현해야만 한다는 것을 욥과 함께 기도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전한다.
욥기를 읽은 이들은 ‘저렇게까지 감정 표현을 해도 되는가?’ ‘신성 모독 아닌가?’하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욥이 하느님께 이처럼 격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결코 하느님으로부터 단절되었거나 그분 사랑으로부터 분리돼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욥은 하느님 신성을 욕하는 아내의 말을 적극 다그친다.
책은 욥의 상황을 빌려 우리가 하느님께 어떻게 의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는 누구나 나약함을 지녔기에 하느님께서 욥의 말을 들어주신 것처럼 우리 목소리를 더 기꺼이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신 “마음속 모든 것을 그분께 다 말씀드릴 수 있을 만큼 스스로 그분을 충분히 사랑하는지, 나의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시는 그분의 엄청난 사랑을 믿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수님과 모세 또한 굳건한 믿음 속에 각기 십자가와 광야의 고난 중에 하느님께 아픔을 호소했듯이 말이다.
고통 중에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가장 먼저 주님께 대한 솔직함이다. 진실을 숨기면 나의 마음도 닫힐 수 있다. 두 번째로 내 안에서 일어난 반응들이 성령에 의한 움직임인지 확인해야 한다. 고통 중에도 하느님 뜻을 헤아리는 식별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완벽한 믿음을 통해 하느님과 ‘신비로운 통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론 우리가 하느님을 비난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고통을 통해 하느님이 깊이 애통해 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믿음을 통한 하느님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결국 ‘하느님을 미워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저자는 “창조적인 항의는 희망을 가져온다”며 “하느님은 언제든 재창조하실 준비가 돼 있는 분이다. 당신 피조물을 부정할 수도, 부정하시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일러준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