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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생 후르츠’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대림시기를 보내면서 종말론적인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롭게 결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다시 그분께 돌아가는 삶의 여정을 통해서 각자의 고유한 존재를 완성해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는 슬로 라이프(slow life, 느린 삶)를 지향하며 사는 일본인 노부부의 삶을 담고 있다. 둘이 합쳐 177살, 65년을 함께 산 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부부는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며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부부의 삶에는 풍요로움과 여유가 가득하다. 50년을 함께 산 집에서 70가지 채소와 50가지 과일을 직접 기르고, 그 재료로 정갈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이 부부의 삶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 남편 슈이치는 1960년대 나고야 지역의 신도시 조성 계획에 참여하면서 숲과 도시가 어우러지는 뉴타운을 꿈꾸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자신과 가족을 위한 정원이 함께 있는 집을 지어 대안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면 잎이 떨어진다. 잎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독백처럼, 계절과 날씨에 순응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며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삶을 완성해 나아간다.
예수님의 비유 안에서 ‘깨어 기다리는 삶’은 충실한 종(루카 12,41-48)과 기름과 등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마태 25,1-13)로 상징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충실하게 그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삶은 나와 내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많은 경우 이 세상과 사회,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와 타인의 변화를 바라지만 먼저 변해야 하고, 삶의 충실함을 살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슈이치가 자연과 공존하는 뉴타운의 꿈이 좌절되었을 때 자신의 집과 주변의 숲을 돌보기 시작한 것처럼.
노부부의 삶이 아름답고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은 욕심 없이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오늘을 살아가며 나이를 먹어가는 데에 있다. 제철이 되어 익어가는 과일처럼 인생의 황금기에 차근차근 천천히 인생이 맛있게 영글어 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세상이 주는 명예나 돈이 아니라 주님을 좇아 사랑의 계명을 지켜가며 주님의 은총과 평화 안에서 살아가는 것.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매일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며 이웃과 나누면서 그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신앙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종말론적이며 충실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