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는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가 남긴 서한을 번역해 「베르뇌 주교 서한집 上ㆍ下」를 발간했다. 서한집에는 베르뇌 주교가 조선대목구장 직함을 사용하기 시작한 1855년부터 순교한 1866년까지 11년 동안 쓴 서한 가운데 공적인 서한 130여 통을 수록했다. 서한에는 순교하기 전까지 선교에 열중했던 베르뇌 주교의 신앙과 영성이 그대로 담겼다. 또 서한 내용을 통해 박해 시기 신자들의 성사생활과 신앙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정비돼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서한집은 서울대교구의 ‘교구장 문서 정리 지원 사업’으로 간행한 두 번째 결과물이다. 첫 번째 교구장 문서 「브뤼기에르 주교 여행기」를 출간한 지 10년 만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간행사에서 “원문을 새롭게 판독하고 특별한 단어 등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역주를 최소화하고 정확한 문맥에 따른 번역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이사장 정순택 주교는 축사에서 “오직 신자와 동료 선교사를 위해 헌신한 사목자의 마음과 노력이 편지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면서 “이번 서한집이 향후 교구장 문서 간행 사업을 촉발하는 빛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 사제였던 베르뇌 주교는 1954년 제4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조선에 입국해 최초로 성직자 회의를 개최했고, 목판 인쇄소를 설치해 신자를 위한 교리서와 기도서를 간행하는 데 힘썼다. 병인박해가 일어난 1866년 베르뇌 주교는 동료 신부들과 함께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1984년에 시성된 103위 순교 성인 가운데 한 분이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
베르뇌 주교 서한집
베르뇌 주교 지음 / 한국교회사연구소 /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