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의뢰)유전자검사를 확대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유전자검사에 따르는 윤리·생명윤리적 문제들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월 20일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직접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발령 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DTC유전자검사와 태아의 유전병 진단 검사의 항목을 늘리도록 권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DTC유전자검사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업체에서 혈액·타액 등을 통해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는 만큼 그동안 이 검사는 질병을 제외한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만 허용돼왔다.
그러나 DTC유전자검사의 확대는 여러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DTC 시범사업 결과 토론회’ 중 서을주 교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화)는 DTC유전자검사 기관의 검사 질 관리가 전체적으로 미흡할 뿐 아니라 기관마다 결과해석이 상이하다고 발표, DTC유전자검사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서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검사기관들이 유전자 해석에 사용하는 마커가 한국인에게 의미 없는 것이 많았고, DTC유전자검사를 실시하는 12개 기관 중 5곳은 검사 정확도가 미흡했다. 뿐만 아니라 암맹평가 결과 검사기관마다 최종해석의 일치도가 매우 낮았다. 일부 검사기관들은 유전자 자체를 정확하게 판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관들이 같은 유전자를 두고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반면 DTC유전자검사를 이용한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 교수는 “DTC유전자검사 결과해석이 불완전하고 불확실함에도 이용자들은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정신적·신체적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DTC유전자검사의 검사결과와 해석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당 유전자가 발현될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어, 유전자검사의 확대는 이용자들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DTC유전자검사는 병을 진단하는 진단검사가 아닌 예측검사다. 예를 들면 혈압 위험도가 높은 유전자의 유무보다 식습관이나 생활환경 등이 혈압 관련 질환 발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정보는 중대한 개인 정보임에도 유전자검사 후 개인의 유전자정보가 연구용으로 판매·이용되거나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특히 교회는 유전자검사가 빠르게 확대되는 것이 태아에 대한 유전자검사 확대로도 이어짐을 경계하고 있다. 배아, 즉 초기의 태아를 상대로 예측검사를 한다는 것은 검사 결과에 따라 착상하지 않는 낙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훈령 「생명의 선물」을 통해 “태아 진단을 인공유산과 관련지어 실시한다거나 태아가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인 경우에 이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어머니들에게 진단을 유도한다면 곧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