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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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내’, 늘어난 주어만큼 깊어지는 사랑

「엄마 일기」 펴낸 이지혜 기자 ‘엄마 기자’가 연재한 글 엮은 육아 에세이 아이를 낳고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 소개 엄마들에게 위로와 공감 지지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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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이지혜 지음

바오로딸



앞이 깜깜한 수족관처럼 양수로 가득 찬 엄마의 뱃속. 작디작은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은 탯줄이라는 유일한 생명선을 통해 양식을 먹고 힘차게 박동한다. 엄마의 희생과 사랑, 고통의 자양분은 또 하나의 존재를 탄생시킨다.

‘삼포 세대’니, ‘육포 세대’니 하며, 현실과 생명 사이를 견주는 자본주의 공식 속 수많은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도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갈수록 ‘폭풍’과 ‘독박’으로 대변되는 육아가 선택 사항으로 여겨진 지도 꽤 됐다. 생명을 잉태하고, 아름답게 길러내는 일을 마냥 고통스럽고, 심지어 생략해도 되는 과정쯤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현실이 각종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내가 엄마가 되다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자인 이지혜(보나) 기자는 신비로운 생명 탄생을 택했고, 2014년 하느님께서 부부에게 ‘평화’(태명)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아가야, 기사 먼저.’ 올해 17년차 기자인 저자는 임신 중에도 취재 때문에 일을 앞세우는 힘겨운 나날을 지나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평화와 눈물의 만남을 이룬다. 「엄마 일기」는 감격스러운 출산 이후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만큼 제2의 삶에 돌입한 ‘엄마 기자’가 하루하루 부딪히며 아이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사랑의 정원을 일구는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육아 에세이. 본지 인기 코너로도 주목받았던 70여 편의 연재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자 엄마’인 덕택에 글 안에 아이의 표정과 엄마의 감정, 남편과의 대화가 생생히 그려졌다. 출산과 함께 시작된 모유 수유의 고통과 하루 수십 개씩 갈아치워야 하는 기저귀의 향연. 식은 국으로 끼니를 겨우 때우더라도, 육아의 공이 아내에게 좀더 기울어져 있을지언정 아이의 마음에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자 애쓰는 엄마의 마음과 울고 웃는 일상이 감수성 짙은 문체에 가득 담겼다. 저자의 표현대로 “밑도 끝도 없이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타나 내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생활의 연속이다.

어느새 엄마라는 각본 없는 격정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저자는 매일 무조건적이고 마르지 않는 사랑을 주는 역할을 소화한다. 24시간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는 아이를 위해 난생처음 이유식을 만들며 웃음 짓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의 콩알만 한 손톱을 잘라주는 모습도 정겹다. 복직으로 인해 베이비시터까지 구했는데, 아이가 낯선 아주머니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일까지.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아이를 부둥켜안는다.

육아를 위해 부모와 가족까지 총동원되기는 일쑤. 이곳저곳에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 하며 고개 숙여야 하고, 유치원 가기 싫어 떼쓰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몇 번이고 설명해야 하는 일은 익숙해졌다. “엄마라는 삶에는 파업도 휴가도 병가도 없다.” 그러나 이런 고된 날들은 아이가 미소 짓고, 주님 앞에 세례를 받는 행복한 기억이 채워지면서 이내 기쁨으로 치환된다.

어느새 자란 아이는 다그치는 엄마에게 “얼굴 쓰다듬어줘. 웃으면서 ‘더 많이 사랑해줄게’하고 말해줘”라고 사랑스러운 표현을 종용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마주친 어려운 이웃을 보고는 “같이 밥 먹으면 안 되느냐”고 어른보다 나은 심성도 보인다. 고맙게도 남편이 2년 동안 휴직하고, 육아의 ‘아름다운 인수인계’ 후 세 살 터울의 둘째까지 돌보는 모습들도 따스하다. 그 덕에 저자는 졸지에 ‘바깥양반’이 됐지만. 남편, 아이 둘과 함께하며 마주한 은총의 순간들이 글 곳곳에 별처럼 빛난다.

“세상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잣대로 아이를 바라보지 않기를. 하느님의 시선을 지닌 엄마가 되기를.” 엄마가 되어가면서 느낀 고민의 흔적 속에 아이를 향한 기도와 바람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지성이에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건 고액의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일도, 비싼 옷을 사 입히는 것도 아니다. 영원한 친구인 그분의 사랑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일기는 엄마가 썼지만, 모든 일은 결국 하느님의 안배와 사랑으로 제작됐으리라. 책은 세상의 모든 엄마를 향한 이해와 공감, 작은 위로를 선사하지만, 새 생명이 줄 숨겨진 신비를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부에게도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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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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