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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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중국 북간도에서 십자가의 길 걸어온 선교사 이야기

「북간도 일기」 출간한 재속프란치스코회 최요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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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선교사는 아니지요. 좋은 일을 하면서 하느님이 빠지면 선교사업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일이지요.”

2년 전 이맘때,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중국에서 추방당한 남자가 있다. 중국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피정을 하고, 한국인 신부를 강사로 초빙하면서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 시작해 급기야 추방 직전에는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연행돼서 조사를 받고, 벌금 내기를 반복해왔다. 결국 2019년 가을, 그는 중국 경찰의 공항 배웅을 마지막으로 선교사로 살았던 18년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에게는 북간도 선교사의 피가 흐른다. 북간도는 조선족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최요안(세례자 요한, 65) 선교사는 그곳에 뼈를 묻고 싶었다. 중국 땅을 떠나 전라남도 장성에서 치꾸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북간도 일기」(프란치스코출판사)를 펴냈다. 18년 세월을 녹여낸 「북간도 일기」에는 그가 조선족과 나눈 희망과 기쁨, 슬픔이 고스란히 담겼다. 선교의 결실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조선족들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숨 쉬었던 이야기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죠.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요. 선교사라는 생활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이기에 그날그날 행복했습니다. 가난, 겸손, 작음은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영성입니다. 가난하고 겸손하고, 나보다 작아져야 그곳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더라고요.”

그는 프란치스칸 영성을 삶의 중심축에 놓고 산다. 조선일보 기자였던 그는 1990년 재속프란치스코회에서 종신서약을 하고, 가톨릭평화신문에서 1997년까지 5년간 기자로 일했다. 낮에는 기자로 일했고, 밤에는 가톨릭교리신학원에 다녔다. 춘천교구 산골 공소에서 선교사의 삶을 시작한 그는 2002년 중국으로 향했다. 외국인의 선교활동이 법으로 금지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교사로 살면서도 드러낼 수 없어 사회사업가로 존재했습니다. 중국 신부님들을 만나고, 장학생들을 만나고, 어쩌면 그것이 전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중국에서 양로원 사업과 장학사업을 벌였다. 프란치스코 청소년 보호회를 만들어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받아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책에는 그가 조선족 신자들과 함께 살아온 삶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김찬선(작은형제회) 신부가 추천사에서 쓴 것처럼, 선교를 위해서 이렇게 애썼다든가, 선교를 하다가 이런 고초를 겪었다든가, 그래서 이런 선교의 열매를 맺었다는 등의 자기 강조가 없고, 선교에 대한 가르침과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없다.

“선교는 현존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선교사로 사는 것 자체가 선교사로서 해야 할 일의 대부분입니다.”

최 선교사는 “선교는 선교사들의 것이 아니”라며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도, 버스를 탈 때에도 우리가 옆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 선교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 장성에서 목각 작품을 만들어 파는 그는 인근 농가주택에서 노후를 보내는 외국인 선교사 사제들을 찾아가 청소와 설거지를 해주고, 말벗도 해준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청춘을 바친 외국인 선교사를 외면하는 일은 그가 예수를 모르는 일과 같다.

유아 세례를 받은 그는 재수하던 시절,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사제와 수녀에게 성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성소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사제가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기도 중에 하느님이 자신을 세상에 버린 것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십자가에 내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걸어온 평신도 선교사의 삶이 하느님이 계획하신 일이라고 믿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북간도 일기

최요안 지음 / 프란치스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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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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