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모자란
동행
최종수 신부 지음
이지출판
묵상은 “신이 나에게로 오는 소리 / 내가 신에게로 스미는 향기”이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려면 “기도로 나를 비우고 / 당신을 먼저 채워야 한다.”
전주교구 무주본당 주임 최종수 신부가 세 번째 시집 「사랑해도 모자란 동행」을 펴냈다. 주님 따르는 목자로 살아온 지 25년. 올해 사제수품 은경축을 맞은 목자의 영성이 66편의 시 속에 기도처럼 담겼다.
사제란 어떤 존재인가. “주님의 종이 되기 위해 그대는 / 푸른 열정을 태워야 했습니다”, “그대 사제는 지구가 피워낸 꽃 / 우주가 봉헌한 영혼입니다.”(그대 사제는 중에서)
차디찬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벗이 되어야 하는가. “얼어붙은 영혼을 기도로 녹이고 / 이웃과 세상의 십자가 지고 / 우린 생명으로 갑니다.”(벗에게 중에서)
교구 농촌사목을 담당했던 최 신부는 작품 곳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는 반딧불이를 보며 “풀섶에서 숨바꼭질하는 / 지상에서 반짝이는 조용한 희망”이라고 표현했고, 작은 풀들을 바라보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키로 하늘을 닮아가는 풀을 보십시오 / 풀은 위대한 스승입니다”라고 썼다.
천국에도 휴가가 있다면 하늘나라 부친을 하루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 늘 홀로 차디찬 꽁보리 누룽지 밥으로 때우면서도 새벽 미사와 기도로 8남매를 키운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마음도 엿보인다.
십자가란 “나를 버리고 / 너에게로 가는 길.” 최 신부는 밀농사,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가 없다면 성체와 성혈도 축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금 주님이 주신 세상에 깊이 감사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