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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이성·마음·손을 움직인다”

한스 큉, 현대 최고의 종교계 지성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자문단으로 참가 삶의 근본적 질문을 다양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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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믿는가

한스 큉 지음ㆍ이종한 옮김

분도출판사

올해 4월 독일 튀빙겐의 자택에서 선종한 세계적인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 베네딕토 16세 교황, 칼 라너 신부와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신학 분야 자문단 일원으로 교회가 개혁적 방향을 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신학자였다. 그의 신학적 세계관을 형성한 개인적 신앙고백의 빛깔은 어떠했을까?

‘나는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내 삶이 어떤 모습이길 희망하는가?’ 등 삶의 토대를 이루는 근본적 질문을 통해 자신이 지닌 신앙의 핵심을 종합했다.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은 삶에 대한 신뢰를 시작으로 삶의 기쁨ㆍ의미ㆍ힘ㆍ고통ㆍ기술ㆍ비전 등을 주제로 망라했다.

한스 큉은 ‘나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핵심 물음에서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간다.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1954년 사제품을 받은 신학박사 한스 큉은 1959년까지 스위스 루체른에서 사목하다가 1960년 튀빙겐대학교 기초신학 교수로 초빙된다. 수십 년 동안의 성경과 전통, 철학과 신학 공부는 그의 신앙관을 명료하고 넓어지게 했다. 세계적 신학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철학과 신앙을 녹여낸 책이지만, ‘믿는’ 것을 넘어 ‘알고’ 싶어 하며, 더 나아가 실천적 결과를 낳는 신앙관을 고대하는 이들의 영적 갈망을 채워준다. 이 책은 2009년 튀빙겐대학교에서 그가 ‘나는 무엇을 믿는가’의 강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한스 큉은 평생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존중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로, 교황의 무류성ㆍ동성애ㆍ여성ㆍ피임 등 현대 사회의 이슈에 대해 진보적 태도를 보여 교도권과 갈등도 빚었다.

그는 “삶의 여정은 갖가지 체험과 갈등을 통해 거듭 도전을 받는 정신의 원대한 모험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믿음은 교회가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나의 믿음 나의 신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믿음은 인간의 이성ㆍ마음ㆍ손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것, 즉 인간의 사유ㆍ의향ㆍ감정 행위를 포괄하는 것이다.

한스 큉이 생각하는 삶의 기쁨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는 “실제 체험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슬로건 ‘중요한 건, 내가 행복한 거야’는 아무튼 나의 삶이 원칙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오로지 욕구 충족과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향락주의는 지속적인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된 삶의 기쁨을 망쳐버리는 삶의 태도로는 ‘허무주의, 냉소주의, 악의주의’를 꼽는다. 그는 건강한 사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녀가 매우 심한 장애가 있는데도 삶의 용기와 기쁨을 발산하는 부모들에게 찬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끊임없이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한 것’이며, ‘재미있는 것은 허용되어야 해!’라고 외치는 시대에 온갖 종류의 정보와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방향 설정에 대한 지식은 결여되어 있음도 지적한다. 환락과 덕 사이의 선택만이 아닌,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선택에서도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두고서 그는 다시 묻는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모든 것이 더 마음에 들고 더 멋지고 또 더 재미있게 되어야 한다’는 세태를 그는 꼬집는다.

교회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외톨이 전사’였다고 고백하는 그는 윤리의 세계화도 강조했다.

“인류의 여정은 지난 수십 년간, 의학과 약학부터 우주 비행과 인터넷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엄청난 진보에도 불구하고, 더 편안해지지 않았다. 모든 윤리를 공산주의는 당의 이익에, 자본주의는 경제의 이익에 희생 제물로 바쳤다. 이제 바야흐로 모든 세계종교에서 많은 사람이 묻고 있다, 어떤 근본 조건들 아래에서야 우리가 인간으로서 이 지구 상에서 생존할 수 있고, 우리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더 인간답게 형성할 수 있는가?”(90쪽)

한스 큉은 지치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스스로 일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에게 일은 중요한 과제들에 헌신하는 것이었다. 그는 읽고 공부하고 쓰는 일에 만족했으며,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 속에서, 수영도 하고 고전음악도 들으면서 일을 할 때는 더 만족한 신학자였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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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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