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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태석’이 살아온 ‘신부 이태석’의 길

선종 12주기 앞두고 이태석 신부 정본 전기 「신부 이태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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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태석

이충렬 지음/김영사



“옷을 걸친 이가 거의 없는 한센병 환자들과 움막에서 올라오는 악취에 온몸이 감전된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의대 다닐 때 해부학 실습까지 한 그였지만, 50여 명 남녀가 흙바닥에 누운 채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은 너무나 처참해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태석 수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차를 타고 왔던 길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그중에서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아픈 이와 청소년들을 한없이 사랑했던 사제이자 수도자, 의사, 무엇보다도 톤즈의 눈물을 닦아준 선교사, 이태석(요한 세례자, 1962∼2010) 신부다.

오는 1월 14일 선종 12주기를 앞두고 이 신부가 몸담았던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인준을 거쳐 그의 ‘정본’ 전기가 나왔다. 「신부 이태석」이다. 그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남수단 톤즈로 그를 이끈 운명과도 같은 만남,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내면의 갈등, 공개되지 않았던 일화들, 짧지만 아름다웠던 이별, 그리고 편지와 이메일, 메모, 축일카드 등 각종 친필 자료와 문서, 서적, 논문, 일간지, 회보, 100여 장의 생생한 사진, 또 어린 시절 이 신부의 친구들과 의대 동창들, 살레시오회 선교사제들, 톤즈에서 함께했던 봉사자들 등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육성이 담겼고, 지금까지 잘못 알려졌던 사실은 바로잡았다. 그의 선종 10주기를 앞두고 기획했던 출간이 무려 2년이나 걸리게 된 건 출간을 계획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데다 자료 수집과 증언 채록, 집필이 그만큼 꼼꼼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오랜 내전으로 주민들이 떠나고 황폐해진 절망의 땅에서 맨손으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인술을 베풀며 희망을 베푼 이 신부의 삶과 사랑 나눔이 온전히 복원됐다. ‘쫄리 신부님’으로, ‘톤즈의 돈보스코’로,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사연 하나하나가 풀려나왔다. 앞서 의대에 진학했던 그가 어떻게 자신의 성소를 받아들여 사제가 됐는지, 하고많은 수도회 중 왜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열악한 남수단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선교사가 됐는지 등 톤즈로 그를 이끈 섭리에도 주목했다. 특히 이 신부가 톤즈로 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제임스 신부와의 인터뷰도 처음으로 담겼다. 그러면서도 전기는 이 신부가 사제로서의 꿈을 포기했던 시절, 톤즈의 처참한 환경에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 암 진단 후 괴로웠던 영적 투쟁의 시간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 신부의 번민과 고뇌까지 숨기지 않고 풀어냈다. 그 점에서 위인전이나 영웅담과는 다르다. 그가 어떻게 삶과 신앙의 좌절을 이겨내고 오롯이 자신을 봉헌한 사랑의 사제가 됐는지, 그 일생을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인간 이태석’의 삶과 ‘신부 이태석’의 마음을 모두 담아냈다.

이 신부의 생애는 길지 않았다, 톤즈에서 활동한 기간도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고 또 피할 수 없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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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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