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형제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회(JPIC)는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국제기후종교시민(ICE)네트워크와 함께 국내 최초로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로, 지금’를 제작한다. 201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기후 위기와 생태 환경을 주제로 한 ‘기후변화 시네톡’ 행사를 개최해오다가 이번에는 외국 상황과 함께 국내 기후위기 현실을 다큐 영화로 보여주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지난 2월 제작 준비에 들어가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영화 ‘바로, 지금’은 다큐 영화 ‘월성’의 감독 남태제 감독이 총연출을, 극영화 ‘오늘 출가합니다’의 김성환 감독, 다큐 영화 ‘왕십리 김종분’의 김진열 감독이 공동연출로 참여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민정희 ICE 네트워크 사무총장이 제작 기획을 맡았다. 베테랑 기후 활동가와 실력 있는 영화감독들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세 편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관객들은 ‘바로, 지금’을 통해 창문도 에어컨도 없이 혹서를 견뎌내는 도시 쪽방촌의 여름을, 이상 기후로 평생 농사짓는 기반이 흔들리는 전국 논밭을, 기후 행동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과 60대 활동가의 조우를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 ‘그해 여름, 종로 사람들’은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으로 생존 위기로 내몰리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사람들 얘기다. 주민들은 하루에 두 번씩 목욕해야 하고, 지역 활동가들은 골목에 물을 뿌리며 사투를 벌인다. 근본적 해결책은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것이지만, 건물주들과 지자체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주민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이 같은 상황을 이겨내고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이야기 ‘논밭 비상사태’는 경북 상주를 찾아 이상 기후로 그간 농사 기반이 무너지는 현장 상황을 살핀다. 기온 상승으로 사과나무를 뽑아내야 하는 농부들,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과 폭우, 병충해로 쌀과 고추 농사를 망친 농부들의 얘기다. 다큐에선 10년째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농부들의 농사일기를 통해 어떻게 기후 재난을 넘어설지 고민을 나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기후 행동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활동가와 60+기후행동 소속 노년세대 활동가의 만남을 그린다. 자신의 미래를 닫아버리는 폭력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바라보는 청소년과 기후위기 문제를 놓고 다음 세대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으로 현장에 서게 된 노년세대의 동행과 대화를 카메라가 따라간다.

1시간 30분 분량으로 기획한 영화 ‘바로, 지금’은 이달 말 제작에 들어가 9월까지 촬영과 편집을, 11월까지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11월 27일 기후변화 시네톡을 통해 상영할 예정이다. 제작비용은 3000여만 원으로, 3편의 에피소드 제작비용과 연출, 기획비용을 시민 모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모금 계좌는 KEB하나은행 390-910010-11404, 예금주는 (재)프란치스코회다.

작은 형제회 JPIC 위원장 김종화 신부는 “단순하게 한반도 기후 변화 ‘상황’을 전달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그래서 에너지 줄이기를 뛰어넘어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기후위기는 딴 나라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일이고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 또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돼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성찰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이 영화를 통해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