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랑이 되다
이문희 대주교 지음
대구대교구 유고집 편찬위원회 엮음
앞산밑북카페
고 이문희 대주교 선종 1주기를 맞아 유고집 「사람이 사랑이 되다」가 출간됐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유고집 발간사에서 누구보다 교구와 교구민을 사랑하셨던 대주교님의 그 마음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힐까 두려워 유고집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문희 대주교는 시를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했다. 이 대주교는 1990년 첫 시집 「일기」를 시작으로 2009년 「아득한 여로」, 2008년 병상에서 쓴 자서전 「저녁노을에 햇빛이」, 2015년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아 20대부터 써온 시 99편을 실은 시선집 「오후의 새」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그중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시와 미처 발표되지 못한 시, 그리고 일기와 강론, 수필 등을 모아 유고집으로 묶었다.
이 대주교는 생전 인생을 논두렁길에 자주 비유했다. “꼬부랑하고 좁은 논두렁길이 반듯해지고 점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소로가 되고 나아가 넓은 길로 변했듯이, 내가 걸어온 길도 논두렁길에서 출발하여 인간 사회의 논두렁길에서 벗어나 사제의 길을 걸어왔음이 반추된다. 신앙의 길은 사람 사이의 길, 즉 사랑의 길로 가는 것으로, 가난하고 닫힌 완고의 좁은 논두렁길을 벗어나는 부활의 삶이다.”(2018년 3월 6일 ‘내가 걸어온 길’ 강의 내용 중)
일찍부터 떼이야르 드 샤르댕 사상에 심취해 큰 시각으로 하느님, 세상 그리고 자신을 지구적 안목과 애정으로 바라보며 살았던 이문희 대주교는 “사랑이 있어 사람이 왔다”고 설파했다. 제도에 갇혀 있기보다 자유분방하고 역경을 오히려 변화와 낭만의 삶으로 여기며 살았던 이 대주교는 하느님 나라로 회귀했지만, 그 삶이 사랑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실존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