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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새로운 내면 탐색과 하느님 만남의 실마리

정신과 의사와 사제 공저신앙에 무조건적 의존보다의학적 치료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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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우울증 가이드
(원제: The Catholic Guide to Depression)
에런 케리아티, 존 시핵 신부 지음 정두영 신부 옮김
분도출판사



“한 신앙인 환자가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자신이 기도를 더 많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둘 다 하시오’다.”(25쪽)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그리스도인을 비롯해 곁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 사목자, 수도자, 영적 지도자, 그리고 의사들을 위한 안내서가 출간됐다. 가톨릭 신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에런 케리아티와 포틀랜드대교구 사제로 현재 바티칸에서 사목하고 있는 존 시핵 몬시뇰이 펴낸 「가톨릭 우울증 가이드」.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우울증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지만, 이 고통의 전모는 사실 복잡하다. 생물학적, 심리학적 요인은 물론이고 온갖 사회적, 문화적, 영적 요인 등으로 야기되며 그것들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말에는 ‘평평한 길 위의 움푹 팬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우울증은 단지 움푹 팬 정도가 아니라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깊디깊은 구렁과 같다. 따라서 다면적 특성을 띠는 우울증의 원인과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치료하려면 철학, 신학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자에게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제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아온다. 자신과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당신의 믿음이 더 커진다면 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성경을 읽는 것이다” 등 주위에서 그릇된 조언을 듣게 된다.

“이런 식의 조언들은 종종 우울증을 완화하기보다 더욱 악화한다. 이는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한 인간의 영성생활과 신앙에 가해지는 우울증의 충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20쪽)

“종교적 신앙은 하나의 보호막일 뿐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강한 유전인자와 생애 초기 환경 요인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유전인자와 환경 요인은 우리가 처한 생활환경이나 선택과 무관하게, 또한 우리가 얼마나 절실히 기도하거나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지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을 뚜렷이 드러낸다. 종교적으로 독실한 사람들도, 심지어 성인처럼 산 사람들도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84쪽)

저자는 인간의 영혼과 육신 사이, 정신과 물질 사이에 본질적인 통일성이 있다는 가톨릭의 관점을 견지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우울증에 접근한다. ‘위’로부터, 즉 우울증의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영적 원인과 치료 방법을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로부터, 다시 말해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 기타 생물학적 요인과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3년 11월 열린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제18차 국제학술대회 연설에서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들 곁에 가까이 계신다. 우울증이란 질병은 ‘자신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는 길’일 수 있으며,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적 관점에서 우울증을 탐구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독자들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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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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