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근 바오로 신부 서한집
한국교회사연구소
일제강점기 문서 선교에 큰 공로가 있는 한기근 신부의 라틴어 친필 서한이 오랜 기간의 수집과 판독, 주해 작업을 마치고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을 기념하는 첫 자료 총서로 「한기근 바오로 신부 서한집」을 펴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당시 사회상과 교회의 주요 사건을 읽을 수 있는 이 서한집은 2012~2013년 한국교회사연구소 월간지 「교회와 역사」에 ‘사목 서한으로 읽는 한국 교회사’라는 꼭지로 연재한 한기근 신부 서한 66통을 재검토해 판독문과 번역본을 보완하고, 교회사 이해에 필요한 각주를 충실히 달아 라틴어 원본 서한과 함께 묶은 연구 자료집이다. 사목 서한은 신부들이 지역 교회의 책임자인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로, 본당 현황이나 사목 현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며, 시대 상황과 성직자-신자 사이의 관계도 알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있다.
부록으로 한기근 신부의 「로마 여행일기」도 실렸다. 한국 성직자 대표로 1925년 7월 로마에서 거행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에 참석하면서 이탈리아·프랑스·팔레스티나 등지를 순례하고 당시 경향잡지에 연재한 글이다. 100년 전 유럽성지순례기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수록된 윤선자 교수의 논문을 보면 ‘비그리스도교 문화권인 한국 천주교회의 성직자가 기록한 첫 성지순례기’다.
한기근(바오로, 1867 혹은 1868~1939) 신부는 말레이시아 페낭신학교에서 유학하다 돌아와 여주 부엉골 예수성심신학교와 서울 용산신학교에서 공부를 마쳤다. 1897년 12월 18일 약현성당에서 뮈텔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고 일곱 번째 한국인 사제가 되었다. 외국어와 한문 실력이 뛰어나 본당 사목 중에도 출판 사업을 담당하면서 4복음서의 온전한 번역서인 「사사성경」과 그림이 들어 있는 교리서인 「요리강령」, 개신교와의 교리 논쟁이 들어 있는 「예수진교사패」 등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책으로 남겼다. 특히 「사사성경」에 참여할 때 한글 띄어쓰기와 보조부호 사용 원칙인 「우리말 띄어쓰기의 원칙」을 작성하였는데, 출판문에 띄어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국문학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간행사를 통해 “이 총서는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 자료집이기도 하지만 근현대 한국 교회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라며, “200주년 기념 간행 사업을 계기로 서울대교구사 집필에 꼭 필요한 한국 근현대 천주교회사 연구가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2031년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을 앞두고 이 서한집을 시작으로 교구사 집필에 필요한 기초 자료집을 순차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