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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doration of the Magi(동방박사의 경배), 베로네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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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t on the Flight into Egypt(이집트로 피난 중 휴식), 얀 브뤼헐 1세 |
올해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된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합스부르크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카를 1세의 왕정이 몰락한 1918년까지 600여 년간 유럽의 중심에 있던 왕가로, 30년 전쟁·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제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된다. 이들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을 수집했고, 루벤스·벨라스케스·반 다이크와 같은 걸출한 화가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는 가톨릭이 유럽 전역에 확산됐던 시기와도 맞닿아 있는 만큼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욱 반가운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 더욱 빛나는 작품들- The Holy Family(성가정): 요셉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간의 애정 어린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다. 17세기 중엽 이탈리아 출신 안젤로 솔리메나의 작품으로, 원형의 틀 안에 인물을 고정해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 The Adoration of the Magi(동방박사의 경배):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앉은 아기 예수가 경의를 표하는 나이 든 왕을 축복하고, 그 오른쪽에 무어인들의 왕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그 오른쪽에는 화려한 상자를 든 세 번째 왕이 보이고, 이들이 타고 온 말과 이국적인 낙타도 그려져 있다. 요셉은 성모 마리아 뒤에서 이 만남의 순간을 바라보고 있다.
- The Vergin and Child in a Landscape(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성경의 이야기와 풍경화를 함께 그리던 초기 풍경화 작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둘러싼 수풀과 꽃은 꽃 정물에 능하던 얀 브뤼헐 2세의 화법으로, 원경을 옅은 색으로 표현해 선명하게 그린 전경의 성 모자와 대비를 이룬다.
- Rest on the Flight into Egypt(이집트로 피난 중 휴식): 16세기 화가들은 성가족이 길가에서 쉬어가는 순간을 즐겨 묘사했다. 동판에 유화로 그린 이 작품은 이집트로 피신 도중 휴식을 취하는 요셉과 마리아, 아기 예수를 그렸다. 그들의 머리 위를 맴도는 두 명의 천사는 이 여정이 신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페루지노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참회하는 예로니모 성인을 그린 작품과, 고대 로마 황제의 근위대장으로 그리스도인들을 돕다 순교한 세바스티아노 성인의 성상도 공개됐다. 또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유행했던 원형 접시에는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근대에 접어들기 전까지 유럽의 성당 첨탑에 많이 설치됐던 ‘십자가 모양의 해시계’도 전시되고 있다.
한편, 레오 10세 교황은 라파엘로에게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삶과 기적의 장면을 담은 10점의 태피스트리 연작 디자인을 맡겼다. 이 태피스트리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벽면의 하단을 덮도록 설계되었고, 실제로 7점이 설치됐다. 높이만 5m에 달하는 이들 태피스트리 가운데 ‘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기적의 물고기잡이)’와 ‘St. Paul Preaching in Athens(아테네에서 설교하는 바오로 사도)’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전은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2077-9000, 국립중앙박물관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