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지구 전체는 빙하로 뒤덮인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죽음의 땅을 바라보면서도 진짜가 아닌 허구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던 영화 ‘투모로우’(2004). 그런데 ‘투모로우’와 같은 일이 20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 북서부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도시가 마비됐다. 미처 눈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다. 폭설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됐다. 폭염, 한파, 가뭄, 홍수에 폭설까지. 2022년 세계 곳곳에서는 자연재해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구 온난화를 늦춰야 한다는 과제는 더욱 시급한 쟁점이 됐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이 시작된 지 3년 차에 접어든 한국교회는 2023년 생태환경 사목에서 ‘알고, 실천하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창조질서 보전 위한 기도와 실천
전국 대부분의 교구는 2023년 사목교서에서 ‘생태환경’을 언급하며 실천을 호소했다.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2023년에 ▲기후 정의에 관한 지속적 캠페인 ▲생태환경 교육 자료의 보급과 실천 ▲생태환경학교 개설을 통한 활동가 양성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교구 차원에서 ‘생태환경농업연구소’를 비롯해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바오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광주대교구는 “본당 차원에서도 생태환경에 관련된 교육 자료를 보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 변화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기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며, 기후 변화를 통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자 생태환경학교를 개설해 활동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춘천교구 생태환경 사목의 핵심은 ‘찬미받으소서 살기’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사목교서에서 ‘생태를 위한 기도 봉헌’, ‘알고 믿기’, ‘알고 실천하기’를 제안했다.
김 주교는 “생태적 회심과 실천은 기도로 시작하여 공부를 통해 알아가고, 그 앎을 신앙인의 소명 의식으로 실천하며 살아 내는 것”이라며 “교구에서도 ‘찬미받으소서 살기’ 도움 책자를 발간하여 직간접적으로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이미 여러 본당에서 에너지 전환, 생태환경 회복, 제로웨이스트 숍 운영 등을 실천하고 있는 대전교구는 올해 모든 공동체가 생태적 회심을 위한 실천들을 찾아 적극 시행하길 요청했다.
대전교구가 지난해 2월 발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하다」에는 생태질서 회복을 위한 세 가지 방향이 담겨 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책 안에 제시된 ‘의식의 개선’, ‘생활의 개선’, ‘제도의 개선’ 등 세 가지 방향을 각 본당에서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40년까지 교구 모든 본당과 기관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은 대전교구는 2023년에는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에너지 진단’을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김종수 주교는 사목교서를 통해 “평화는 모든 존재가 창조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서로 간에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 곧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우리 가운데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라고 밝혔다.
부산교구는 세상과 친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회칙 「찬미받으소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지구를 위한 기도’ 바치기 ▲재활용·재사용 생활화하기를 제안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도 “생태의 위기를 부르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면서 더 가지고 더 소비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아끼고 재활용하는 절제의 생활로 하나뿐인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신앙인이 되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사목교서를 통해 밝혔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는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을 고찰하며 “지금 요청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목은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보호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기후위기를 외치는 것은 환경운동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두고 절실한 마음으로 외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몫”이라며 “이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교회가 벌이는 캠페인에 열심히 참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환경을 위한 우리의 실천
교회에서 시작된 찬미받으소서 여정은 일상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에 2023년 환경부의 주요사업을 살펴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4일 밝힌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은 13조4735억 원이다. 전년 대비 2480억 원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예산안의 골자는 국민의 안전과 환경기본권 강화다. 환경부는 도시침수대응에 전년보다 59.8 증가한 1541억 원을 배정했다. 정수장 유충 대응에도 227억 원을 편성했다.
깨끗한 공기를 위해 무공해차 보급과 무공해차 충전인프라 구축에도 힘쓴다.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위해 올해 2조5652억 원을 지원하며 무공해차 충전인프라 구축에는 5189억 원을 지원한다. 이는 전년 대비 23.5 증가한 금액이다.
또한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해 폐기물처리시설 확충과 함께 1회용컵 무인회수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1회용컵 1000만 개 줄이기’를 목표로 한 환경부는 서울시와 손잡고 유동인구가 많고 커피전문점이 밀집한 20개 지역의 제로카페 매장에 다회용컵 무인반납기 8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매장의 1회용컵 반납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의 컵 반환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올해 1회용컵 무인회수기 설치를 계획한 환경부는 여기에 2억6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지하철·KTX역, 주민센터 등 공공장소와 보증금대상사업자 중 설치를 희망하는 매장에 1회용컵 무인회수기가 설치된다.
탄소포인트제 예산도 크게 늘어났다. 탄소포인트제는 가정, 상업, 아파트단지 등에서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의 사용량을 절감하고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로,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실천을 확대하고자 탄소포인트제 지원에 전년 대비 58.9 증가한 240억 원을 편성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