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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삼 알렉산델 수사가 이탈리아 몬테 올리베토 수도원 회랑 프레스코화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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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트리어 성 베네딕도회 마티아 수도원 제의방. |
김치삼(알렉산델, 성 베네딕도회) 수사 수도 서원 50주년 기념 사진전이 2월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운동 갤러리 강호에서 열린다.
“1977년부터 사진을 찍었어요. 수도원에 살다 보면 행사가 많고, 누군가는 기록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런데 전시회는 전문가들이 하는 거잖아요. 나는 아마추어를 겨우 벗어날까 하는 수준인데 전시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40여 년 사진을 찍었지만,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계속 겸연쩍어하는 김 수사를 위해 주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그 많은 사진이 너무 아깝다고.
전시 제목은 ‘베네딕틴 미닛(a Benedictine minute) 수(修) 50 시선’. 뉴욕 맨해튼에서 신호등이 바뀌면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찰나’를 ‘뉴욕 미닛(a New York minute)’이라고 하는데, 그 표현을 빌려 베네딕도회 수사의 카메라 렌즈에 담긴 50년의 짧은 순간을 모았다.
“1966년에 입회했고, 첫 서원을 73년에 했어요. 7월에 수도회 차원에서 축하 행사를 하는데, 금경축이 되면 지팡이를 하나 줘요. 이 정도 살았으니 지팡이에 의지하라는 건가(웃음). 수도원에 입회했을 때는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죠. 그때는 평균 수명이 짧았으니까. 그런데 어느덧 77세가 돼서 지팡이를 받는다니. 아직 마음은 젊은데 말이죠. 희로애락이 깃든 긴 시간이지만, 천 년도 하느님 눈에는 어제와 같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겠죠.”
금경축이 되니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입회 당시 그는 스무 살도 되지 않았다. 수도생활을 하겠다는 엄청난 열의보다는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의 모습이 좋아 보여 발을 들였다가 50여 년의 시간을 걸어왔다.
“옛날에는 무척 엄했어요. 엄격한 틀 안에서 바삐 움직이느라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수도생활의 기쁨과 묘미를 느끼다 보니 지금까지 왔죠. 무엇보다 성당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주 기도하고, 형제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참 좋아요. 솔직히 제가 남들보다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수도생활을 통해 특별히 덕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이거(수사복) 하나 걸쳤을 뿐이잖아요. 50여 년 그냥 살아온 건데 많은 분이 반겨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면면을 보면 대단한 사람들, 나와 비교도 안 되는 분들이 저한테 맞춰주는 건 다 이 옷 때문인데(웃음), 더 겸손해야겠다고 생각하죠. 하느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열심히 기도하고 맡은 일을 잘해야겠다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는 수도원 곳곳을 누비며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왔다. 시청각연구소, 농장, 분도 노인 마을 등에서 여러 소임을 맡으며 수도원 기록 사진가로도 활동한 것이다.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필름 카메라였다. 카메라도 필름도 귀했던 시절,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지역 40여 개 본당도 담당했기 때문에 서원식부터 새 성전 봉헌식까지 찍을 사진이 많았다. 하지만 2007년 수도원 화재로 모두 전소됐다.
“지금 같으면 스캔해서 보관했을 텐데, 2007년 화재로 모든 사진이 사라져서 정말 안타까웠죠. 그즈음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어요. 지난해 수도원 화재 현장은 늦은 밤 찾아가 직접 사진에 담기도 했어요. 잘 찍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후배들에게 기록이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니까 기능이 너무 많아서 제가 소화를 다 못해요. 지금도 동호회 활동을 하며 계속 배우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보고요.”
화재 이후 찍은 사진만 30만 장이 넘는다. 사진에 대한 그의 사명감은 여전히 투철하다. 그리고 남다른 애정이 있다. 2019년에는 수필가 이정원(체칠리아)씨가 펴낸 이탈리아와 독일의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순례기 「수비아코 장미」에 100장이 넘는 현장 사진을 더했고, 분도출판사에서 제작한 2021년 달력에 실린 유럽 수도원 풍경도 그가 찍은 사진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껏 성지순례를 함께한 이들에게 800장에 달하는 모습을 외장 하드에 담아 전달하곤 했다.
“나이도 있으니 이제 후배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일단 관심이 있어야 하거든요. 다른 일을 하면서 추가로 하는 거라서 단순히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해요. 제가 힘이 있는 날까지는 하고 싶어요. 다행히 아직 큰 병치레는 없어요. 따로 먹는 약도 없고, 비타민도 모르고, 그냥 밥 세끼만 먹는데(웃음).”
성 베네딕도회의 기록이자 김치삼 수사의 걸어온 시간이 담긴 30만 장 가운데 이번 전시회에는 딱 30점만 소개된다. 주제별로 수도자의 삶, 순례자의 삶, 자연인의 삶으로 나눠 수도원의 일상, 성지와 성물, 그리고 자연과 동물을 담았다. 조금 아쉬운 마음에 다른 20점은 엽서로도 제작했다. 2월 8일 오후 5시 개막 행사가 있고, 사진은 전시 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문의 02-764-4572, 갤러리 강호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