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대건카리타스 운영, 성인발달장애인 주거 공동체... 지난 연말 상설갤러리 문 열어
▲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조이빌리지 상설갤러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 발달장애작가 김범진의 ‘조이빌리지’. |
“발달장애인으로 살아나가는 것, 또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나가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긴 싸움입니다. 무지한 사회와의 싸움일 수도 있고, 장애가 주는 한계 때문에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주 성실하게 견디면서 살아야 하므로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즐거움을 찾아야 해요. 또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죠.”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조이빌리지. 의정부교구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가 운영하는 성인발달장애인 주거 공동체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부모를 떠나 개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주거와 돌봄, 의료, 교육, 직업훈련을 결합하여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한다. 2019년 5월 문을 연 조이빌리지는 지난해 연말 상설갤러리도 열었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갤러리의 접점을 묻는 이들에게 김미경(루치아) 원장은 ‘예술’의 ‘남다른 의미’를 말한다.
“조이빌리지의 모태인 기쁨터 발달장애인가족공동체는 꽤 오랜 시간 발달장애인 작가들과 비장애 작가들의 공동작품전을 기획해 선보여 왔고, 스무 번의 조이콘서트를 통해 함께 합창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함께 도예를 배우고, 바느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를 불렀던 좋은 경험 안에 예술이 녹아 있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족과 이웃이 함께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발달장애 작가들과 도현우(대건카리타스 회장) 신부의 공동 작품전이 열렸을 때 조이빌리지 가족 상당수가 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기 힘들어서 전시장 방문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조이빌리지가 위치한 파주시 광탄면은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 지역민들도 이른바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김 원장은 시설 지하에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후원을 받아 상설갤러리로 개조했다.
“지난 12월 17일 코로나로 3년 넘게 미뤄졌던 조이빌리지 축복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상설갤러리도 오픈해 ‘투게더전 - 기쁜 우리 마을’을 선보였어요. 이 전시에는 발달장애인의 가족으로 어릴 때부터 기쁨터 행사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 송쥴리아씨가 친구들과 함께 발달장애 작가 김범진, 정도운군의 그림을 영상으로 바꾼 작품들이 소개됐어요.”
그리고 그 전시는 조이빌리지 식구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 또 지역주민들이 함께 감상했다. 김 원장은 ‘투게더’라는 오픈전 제목처럼 조이빌리지 상설갤러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설 안팎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30일과 2월 13일 갤리러에서는 인근 민들레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몇 년 전 선배들이 그렸던 마을에 관한 책 원화를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조이빌리지 식구들도 ‘우리 마을’이라는 주제로 공동 작업에 참여했다. 갤러리를 통해 시설의 문이 활짝 열리고, 이웃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고, 서로 편안하게 교류하게 된 것이다.
“조이빌리지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과 전문 작가들의 기증품들을 소장하고 있어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그림을 바꿔 걸면서 발달장애인 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어머니들의 자수를 걸 수도 있고, 요즘 진행하는 프로그램처럼 어린이들이 방문해서 작업한 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겠죠. 지역 작가들에게 장소를 무상으로 빌려드릴 수도 있고요. 다가올 봄에는 ‘우리 마을’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열린 갤러리,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문의 : 031-947-2720, 조이빌리지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