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 예수님이 걸었던 십자가의 길부터 각자 걷고 있는 십자가의 길에 이르기까지 함께 묵상하고 일상의 영성을 키울 수 있는 도서들을 소개한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와 함께하는 기도 – 영적 여정의 동반자
토마스 데일리 신부 지음
우경민 신부 옮김
돈보스코미디어
2022년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1567-1622)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이다. 성인의 발자취를 기록한 요약본 전기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고 아무것도 거절하지 말라」에 이은 두 번째 기념 도서로, 열다섯 가지 묵상 주제로 살레시오 성인의 영성을 요약하고 있다. 살레시오 영성을 가르치는 토마스 데일리(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오블라티회) 신부가 성인의 말씀이 담긴 주제문과 기도, 영성, 성찰과 묵상법 등을 쉽게 풀어썼다.
“살레시안의 전통에서 우리가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는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박해나 고통의 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뜻과 하느님의 뜻이 마치 반대로 보이는 것처럼 매일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다. 이는 우리의 과실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고통받지 않으려는 우리의 욕구를 내려놓음으로써, 그리고 하느님의 뜻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게 함으로써, 우리는 평화롭게 우리의 영적 여정을 더 잘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미천한 생명을 주님께 맡김’ 중에서)
살레시오 성인은 17세기 초 개신교가 확산됐던 제네바의 교구장으로 착좌하여 거룩한 열정과 온화한 모습으로 수많은 이를 감화시키며 7만여 명의 칼뱅파 신도들을 가톨릭교회로 돌아오게 했다. 1622년 선종한 그는 1665년 알렉산데르 7세 교황에 의해 성인품에 올라 ‘온유함의 성인’으로 일컬어졌으며, 1923년에는 저술가와 언론인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됐다.
생활 속 십자가의 길
정애경 수녀 지음
김춘자 수녀 그림
성서와함께
“주님, 저희 구원을 위해 당신께서 지셔야만 했던 십자가는 저기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구체적인 생활 속에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즐거울 때는 주님을 잊고 살다가 시련과 고통이 닥치면 주님께 도와 달라고 매달립니다. 결국 고통의 십자가는 피할 것이 아니라 저희가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이며, 그 안에서 주님을 찾으며 기도하게 하는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5쪽)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정애경 수녀가 일상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이 예수님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기도문이다. 교우 간의 갈등, 가정과 직장에서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사고와 고통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신자들이 기도를 바치며 절망과 고통, 미움과 불목에서 벗어나 주님과 함께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시작기도를 시작으로 1처부터 14처까지의 묵상기도와 마침 기도에 김춘자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그림이 더해졌다. 들고 기도하는 신자들을 위해 기존의 책보다 크기를 줄였고, 각 처의 그림은 키워 주님의 수난을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캐스린 수녀의 우울증에서 살아남기
캐스린 J. 헤르메스 수녀 지음
한정옥 수녀 옮김
바오로딸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너를 절대 보낼 수 없다.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는 내 품에서 안전하다.’ 오랜 시간 기도한 다음 저는 아버지께서 예수님 안에 계신 것처럼 제 안에도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략)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며 약속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어떤 것도 우리를 당신의 사랑과 보살핌에서 떼어놓지 않을 것을 약속하시면서 치료자로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최악의 일이 너에게 일어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일이 일어날 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하느님은 왜 날 모른 척하시는 걸까?’ 중에서)
「캐스린 수녀의 우울증에서 살아남기」는 2012년 초판 이후 전 세계 13개 언어로 번역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은 세 번째 개정판으로, 저자와 우울증 환자들의 체험을 가감 없이 전하고, 기본적인 대처방안과 다양한 영성적 접근, 훈련들을 제시한다. 또 주변의 친구와 가족, 지인들에게도 우울증이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특히 간단한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뇌전증으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캐스린(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가 직접 겪은 고통과 치유를 위한 영적 통찰이 더해져 설득력을 더한다. 장마다 쉽고 간단한 ‘기도를 위한 제안’과 ‘도움이 될 제안’ 등을 제시해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고치시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주시는’ 하느님을 따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로버트 윅스의 영적 성장
로버트 윅스 지음 / 이찬 신부 옮김
가톨릭출판사
“나는 매일 내 앞에 놓인 선물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내 앞에 누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의식하며 이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회상’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후회나 향수에 젖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과거의 무지를 깨닫고, 거룩하고 경이로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특히, 현재를 느낌으로써 하느님께서 오늘 새롭게 가르쳐 주시는 것을 알 수 있다.”(‘지금 현재를 살아가기’ 중에서)
「로버트 윅스의 영적 성장」은 단순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일상의 영성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하느님과 가까워지길 바라면서도 영적인 삶은 어렵게 여긴다. 성인들처럼 삶을 온전히 봉헌하고 부나 명예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버트 윅스는 영적인 삶이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삶’이라고 말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도 하느님이 나와 함께하고 계심을 깨닫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세 가지 실천법, 즉 영적 태도를 지니고, 기도 습관을 만들며,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과거 출간되었던 「매일매일 단순하게」에서 내용과 구성을 전반적으로 다듬은 책은 ‘영적 습관’을 들여 꾸준히 신앙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법과 기도 생활의 핵심 요소를 소개한다.
로욜라 대학교 명예교수인 로버트 윅스는 수많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 신학 등을 가르쳤다. 르완다 내전 구조 대원과 캄보디아 구조 요원들의 심리 치유 인터뷰, 이라크전 참전 용사들을 치료하는 전문의의 상담 등을 도왔고, 가톨릭 교회를 위한 봉사를 인정받아 1996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으로부터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수여받았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