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영 화백 유작전’이 22~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6관에서 열린다.
중국 나자렛선교회(지도 이종남 신부, 회장 정진명)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중국 소화데레사 수녀원 건축 기금 마련에 그 취지가 있다. 중국 흑룡강성에 위치했던 수녀원이 지난 2018년 12월 철거된 뒤 32명의 수녀들은 교우들의 집이나 빌린 아파트에서 수도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녀원의 경제적인 상황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정 회장은 소장하고 있던 하 화백의 작품을 봉헌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정진명(프란치스코) 회장은 “3년만 선교 활동을 한다는 것이 어느새 28년의 세월이 흘렀고, 수녀원 건축을 위한 소명도 다하고자 한다”며 “고 하반영 화백님도 의미 있는 전시임을 알고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는 고 하반영 화백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여행과 창작에만 전념했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는 한학과 서예, 한국화 창작에 깊은 관심을 쏟았고, 이후 크로키에서 구상, 풍경, 인물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다.
35세에 첫 출품 이후 57세까지 7차례 국전에 출품해 모두 입선함으로써 이름을 알렸고, 1970년대 말에는 파리로 활동무대를 옮겨 400년 전통의 프랑스 ‘르살롱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또 1987년 미국 미술평론가협회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2006년에는 89세의 고령에도 동아시아 미술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일본 ‘이과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선종 당시 ‘베드로’로 대세를 받은 하 화백은 평소 자신을 ‘화공’(畵工)으로 자처하며 “노동자가 노동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듯, 화공은 그림으로 이바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곤 했다. 특히 여러 사회복지재단에 자신의 그림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했고, ‘반영미술상’, ‘하반영 화백배 전국 론볼(lawn bowls) 대회’를 제정해 가난한 화가들과 장애우들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또 홀몸 노인과 결식아동, 독립유공자 자녀, 난치병 환우들을 위해 수십 억대에 이르는 작품을 기증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50여 점은 2005년부터 2014년 사이 제작된 작품들로, 하 화백 만년의 예술혼이 짙게 담겨 있다. 작품가는 호당 50만 원 상당으로, 정 회장은 판매 금액을 모두 수녀원 건축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이종남 신부는 “사순 시기에 고통받는 이웃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큰 사랑을 봉헌하는 것”이라며 “전시회가 수녀원 건축 기금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하반영 화백 유작전’ 오픈 행사는 2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